탱크, 오늘은 당신이 황제요!…최경주, 우즈 주최 PGA 우승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두 전설 사이에 그가 있었다. ‘황금 곰’ 잭 니클로스(67·미국)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2·미국).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지난달 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르며 대회 주최자인 니클로스에게서 “챔피언, 자네가 자랑스럽네”라는 칭찬과 함께 우승컵을 받았다. 그로부터 5주가 흘러 9일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C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내셔널. 최경주는 합계 9언더파 271타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올해 처음 이 대회를 주최한 우즈에게서 ‘빅 가이(Big guy)’란 칭호를 들으며 우승컵을 수상했다.》니클로스는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갖고 있는 살아 있는 골프 역사,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12승을 올리고 있는 당대 최고의 골프 스타.

이들이 호스트로 나선 까닭에 유명 선수가 대거 출전한 두 대회의 우승을 독차지한 것만으로도 미국 언론은 최경주를 주목했다. 게다가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는 5타 차의 열세를, 이 대회에선 2타 차로 뒤진 상황을 극복했기에 아낌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전남의 작은 섬 완도 출신의 최경주가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데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보기에 민망할 만큼 두꺼운 그립을 장착한 퍼터를 우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미국에서 TV 홈쇼핑 광고를 통해 우연히 접한 퍼터로 ‘슈퍼 스트로크’사가 개발한 독특한 그립인데 일반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두꺼웠다. 본인조차 “너무 특이해서 남들에게 보여 주기가 어색해 집에서 연습할 때만 썼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 처음 들고 나온 이 퍼터로 까다로운 그린을 공략해 나갔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8.8개였으며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1.685개로 출전 선수 120명 중 2위였다. 이 퍼터는 손목의 움직임을 줄여 줘 중장거리 퍼팅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발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부끄러움과 두려움도 견뎌 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녹아든 결과다.

최경주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108만 달러를 받아 미국 진출 후 처음으로 시즌 상금 300만 달러를 넘어 324만3629달러(약 29억8700만 원)로 4위까지 점프했다. 새롭게 달라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 최경주의 전진도 계속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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