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러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11일 오전 충북 충주시 성심맹아원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에 참가해 시각장애인들과 축구경기를 했다.
내부에 음향장치가 들어 있는 축구공을 사용하여 소리로 공의 움직임을 예측해 상대팀 골문을 공격하는 이날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은 당초 계획과 달리 안대를 착용하지 않고 경기에 참가했다.
이날 5명씩 팀을 나누어 10분여간 펼친 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옷을 잡고 몸을 밀치는 등 거친 플레이를 하며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경기를 즐겼으나 그가 속한 팀은 0-3으로 졌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은 히딩크 감독의 장난기 어린 몸짓과 표정이 나올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경기를 관람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졌다”며 “함께 뛴 친구들이 모두 활동적이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경기를 한 시각장애인 김필우(25) 씨는 “오늘 히딩크 감독과 함께 뛴 경기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을 한 ‘히딩크 드림필드’는 거스 히딩크 재단이 1억 원을 들여 가로 20m, 세로 40m 크기로 만든 시각장애인용 축구장.
히딩크 감독은 기념사에서 “내년 경북 포항의 한동대에 ‘히딩크 드림필드’ 2호를 만들 예정이다”며 “한국이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전국에 그라운드를 만든 것처럼 (나는) 월드컵이 열린 모든 도시에 히딩크 드림필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자친구인 엘리자베스 씨에 대해 “한국에서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엘리자베스의 조언으로 거스 히딩크 재단을 설립했다”며 “그가 나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등 행사 내내 여자친구와의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성심맹아원 어린이 축구선수단 15명을 한 명씩 호명해 유니폼과 신발 등 축구용품이 담긴 가방을 직접 전달하고 맹아원생들의 국악 공연을 관람한 뒤 참석자들과 함께 히딩크 드림필드 입구에 세워진 현판을 제막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호복 충주시장, 한스 헤인스브루크 네덜란드 대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충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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