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밤·Bomb)’이 ‘터지다(뱅·Bang)’라는 뜻의 영어와 흡사하게 들린다. 6만여 명이 들어찬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열광과 환호의 도가니였다. 붉은 옷을 입고 뿔 달린 모자를 쓴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은 “밤방”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그들은 마치 그라운드를 폭격하라는 듯이 고함을 쳤다. 밤방은 인도네시아 최고의 축구스타. 택시 운전사도,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도 그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밤방이 인도네시아를 우승으로 이끌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나온다. 첫 승리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스트라이커 밤방 파뭉카스(26)가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2007 아시안컵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혔던 인도네시아는 10일 D조 1차전에서 밤방의 결승골에 힘입어 바레인을 2-1로 꺾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10주간 집중 훈련을 했다는 인도네시아는 경고가 난무하는 거친 경기와 조직력으로 바레인을 이겼다.
2007 아시안컵이 초반 이변들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변의 진원지는 개최국들이다. 이번 대회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4개국이 공동 개최한다. 이 중 말레이시아만 첫 경기서 중국에 1-5로 대패했을 뿐 다른 개최 3개국은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47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2위의 베트남은 B조 첫 경기에서 94위인 아랍에미리트를 2-0으로 이겼다. 베트남전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오랫동안 스포츠에 집중할 수 없었던 베트남은 2005년 오스트리아 출신 알프레트 리들레(48) 감독을 데려와 선진 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 베트남은 현재 승점 3으로 조 1위다.
이 밖에 FIFA 랭킹 122위인 태국도 A조에서 FIFA 랭킹 84위인 강호 이라크와 1-1로 비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한편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하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호주는 A조에서 오만과 1-1로 비기며 혼전에 빠져들었다. 호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많은 데다 체력과 신장 면에서도 우위를 보여 낙승을 예상했으나 오만에 먼저 선제골을 내 준 뒤 어렵게 동점을 이뤄 체면을 구겼다.
또 다른 우승후보 일본도 B조에서 카타르와 1-1로 비겼다. 일본의 이비차 오심 감독은 카타르와 비긴 뒤 “아마추어 같은 경기를 했다”며 화를 냈다.
개최국들이 대부분 첫 경기에서 선전했지만 그 상대들은 각 조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각 조에서 개최국들은 대부분 그 조의 최강자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개최국들은 초반에 승점을 충분히 벌어 놓은 뒤 이를 지키려는 작전을 쓰고 있다.
자카르타=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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