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산넘고 물건너 226㎞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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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뼈, 관절, 근육으로 되어 있다. 뼈는 206개. 이 중 27개씩 54개가 양발에 있다. 근육은 약 650개. 이들은 늘 움직여 줘야 튼튼해진다. 관절도 움직여 주지 않으면 삐걱대는 문처럼 덜컹거린다. 이런 면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은 안성맞춤이다. 트라이애슬론은 1970년대 미국 하와이에서 생긴 복합 스포츠다. 수영 3.8km-사이클 180.2km-마라톤 42.195km(총 226.195km·킹 코스)를 쉬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km-사이클 40km-마라톤 10km=총 51.5km’로 짧다. ‘아이언 맨(철인)’ 칭호는 킹 코스를 17시간 이내에 들어온 사람에게만 붙여 준다.》

TV드라마 ‘주몽’으로 유명한 송일국(36·185cm 82kg)은 올 아시아트라이애슬론 선수권대회에서 3시간 7분 37초, 오세훈 서울시장(46·181cm 78kg)은 2004년 설악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이상 올림픽 코스)에서 3시간 25분 14초를 기록했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은 모두 유산소 운동. 선수들의 심장 근육은 튼튼하고 활기차다. 하지만 주로 쓰는 근육은 다르다. 수영은 어깨 근육, 사이클이나 마라톤은 다리 근육을 주로 쓴다. 그렇다고 사이클 선수가 곧바로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일주 경기)에서 7번이나 우승했다. 그의 심장 최대산소섭취량은 1분에 83mL(황영조 82.5mL, 이봉주 78.6mL)나 된다. 암스트롱이 마라토너라면 2시간 6분대를 끊을 수 있다. 게다가 그는 그 어느 마라토너보다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2006 뉴욕 마라톤에 나가 2시간 59분 36초로 간신히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40km 이후부터는 거의 걷다시피 했다. 그는 “그 어떤 사이클 경주에서도 오늘만큼 통증과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지난달 아이언맨 저팬 대회 우승

박병훈(36·175cm 65kg·대구체육회) 씨는 ‘아시아 넘버원’이다. 그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아이언맨 저팬 대회에서 8시간 46분 32초(수영 1시간 21초, 사이클 4시간 44분 52초, 마라톤 3시간 1분 10초)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의 주 종목은 마라톤. 강원 둔내중고를 거쳐 한국체대 1학년 때까지 7년 동안 중장거리 선수 생활을 했다.

“마라토너는 넙다리 앞 근육(대퇴 사두근)이 쇠줄처럼 단단하게 발달한다. 그래야 발을 땅에 내디딜 때 체중의 3배가 넘는 충격을 이겨낼 수 있다. 사이클 선수는 페달을 밞을 때는 넙다리 뒤쪽 근육(대퇴 이두근), 페달이 올라갈 때는 대퇴 사두근이 쓰인다. 자연스럽게 넙다리 근육이 골고루 발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퇴 사두근이 마라토너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암스트롱은 ‘우당탕 쿵쾅’ 앞 뒤꿈치가 동시에 닫도록 달렸을 것이다. 레이스가 끝난 후 정강이가 아프다고 호소한 것이 그 좋은 증거다.”

마라톤은 철인3종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종목. 사이클은 내리막길에서 페달을 밟지 않고 잠시 쉬면서 내려갈 수 있지만 마라톤은 쉬지 않고 근육을 써야 한다.

철인3종경기에서 박 씨의 마라톤 기록은 2시간 54분∼3시간 1분대. 5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영과 사이클 184km를 완주한 뒤 마라톤을 서브스리로 달린 것이다. 국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는 5만 명 선. 이 중 서브스리는 100명에 3명꼴(약 1500명)밖에 안 된다.

박 씨는 하루에 4∼10시간씩 꼬박꼬박 훈련한다. 하루는 사이클(50∼250km)만 타다가, 그 다음날은 수영(4∼6km)을 하고, 틈틈이 달리기(10∼30km)를 하는 식이다. 취약 종목은 수영. 현재 개인 최고기록은 55분대다. 세계 톱 랭커에 비해 7∼10분 늦다. 사이클과 마라톤은 세계 톱 랭커들과 겨룰 만하다고 생각한다.

“철인3종경기는 변수가 너무 많다. 마치 ‘파노라마 인생’ 같다. 날씨 코스 컨디션은 물론이고 수영 하나 잘했다고 사이클도 잘하란 법이 없다. 사이클은 꼭 필요한 근육만 써야 한다. 그러려면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 사이클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덜 낭비했느냐에 따라 마라톤 기록이 좌우된다. 나는 킹 코스를 22번 도전해서 3번 중도 포기했다. 2번은 타이어 펑크(최소 10분 소요)가 났고 한 번은 너무 욕심을 부리다 오버했다.”

○ 하와이 세계선수권서 태극기 올리고 싶어

현재 세계 최고 철인은 독일의 노만 슈테일러. 8시간 30분대의 기록으로 알 슈탄(독일), 크리스 매코맥, 제이슨 쇼티스(이상 호주) 등과 1위를 다투고 있다. 박 씨는 일단 세계 5위권 진입이 목표. 그 후엔 세계 최고 대회인 하와이 세계선수권(우승 상금 10만 달러)에서 태극기를 올리는 것이 꿈이다. “철인선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누구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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