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마지막에 서다…아시안컵, 홈팀 인니와 운명의 한판승부

“문이 활짝 열렸다.”

한국이 바레인에 역전패를 당하고 나자 ‘자카르타 포스트’ 등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들은 이같이 대서특필했다. 한국이 조 최하위로 내려앉음에 따라 탈락 위기에 몰렸던 인도네시아에도 8강 진출 가능성이 생겼다는 뜻이다.

한국-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 전이 동시에 열리는 18일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어느 팀이든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8강에 진출할 수도 있고 탈락할 수도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서로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따라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8만여 명의 인도네시아 응원단이 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마지막 승리를 위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싸워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불리한 환경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크게 이겨 놓고 사우디-바레인 전 결과에 의존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우디가 바레인을 이기면 한국이 1승 1무 1패(승점 4)로 바레인(1승 2패·승점 3)을 앞서게 된다. 바레인이 사우디를 이기면 한국과 사우디가 1승 1무 1패(승점 4)로 동률을 이뤄 골 득실을 따져야 한다. 사우디와 바레인이 비기면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이기더라도 바레인과 1승 1무 1패로 동률이 된다. 하지만 승자승 원칙에 의해 바레인에 밀려 한국은 탈락하게 된다.

핌 베어벡 감독의 거취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도 한국팀에는 불리하다. 팀의 단합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금 감독을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기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대회가 끝난 후 이야기할 문제다. 결과가 이야기해 줄 것”이라며 원칙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카르타=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선발 출전 6명 물갈이, 실패한 용병술” ▼

‘강팀에는 강한데 약팀을 만나면 늘 만만히 보려는 경향이 있다’ ‘선수들에게 에너지가 없어 보였다’…. 15일 한국이 바레인에 충격의 1-2 역전패를 당한 뒤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대한축구협회 팬존 게시판에는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지적하는 글이 많았다. 한 팬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지더라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전반적으로 김두현의 선제골 이후 자주 나오는 백패스와 횡패스로 짜증날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선수들이 더 압박하고 이기려는 정신 자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상대 전술에 따라 선수를 바꿀 수는 있는데 사우디아리비아와의 첫 경기 때와 비교해 베스트 11 중 6명이나 바뀐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용병술”이라고 지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