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누스티’는 골프공 블랙홀…라운드 하다 공 다 잃으면 실격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골프 라운드를 하다 공을 다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주말 골퍼야 동반자에게 빌려도 그만이겠지만 골프 규칙상으로는 그럴 경우 실격 처리된다.

19일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1)에서 개막되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제136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평소보다 넉넉히 공을 챙겨야 할 것 같다.

바닷가에 자연 그대로 조성해 둔 링크스 코스여서 변화무쌍한 날씨에 잡초가 무성하고 개울이 많아 공이 잘 분실되기 때문이다.

같은 곳에서 열린 1999년 대회 때는 선수들에게서 “젖소들이 노닐기에 적합하다. 사료용으로 긴 잡초들을 베다 판다면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푸념을 들었던 코스다.

국내의 한 프로 선수는 예전에 브리티시오픈 예선에 출전했다가 10개도 넘게 공을 잃어버린 끝에 결국 기권하기도 했다.

18일 연습 라운드에서는 2003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숀 미킬(미국)이 티오프를 앞두고 황급히 어디론가 사라져 눈길을 끌었다. 갑작스러운 배탈로 화장실을 찾은 게 아니라 공을 더 사려고 프로숍에 달려간 것. 갖고 있던 공이 3개밖에 안 됐던 것이다.

험난한 코스 속에 대회 기간 중 기온은 10∼22도에 시속 48km에 이르는 강풍과 소나기까지 예보돼 있어 선수들은 추위와 더위를 넘나들며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스웨터와 반팔 티셔츠를 번갈아 입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51년 만의 3연패를 노리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브리티시오픈을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만 3가지 서로 다른 방향의 바람 속에서 연습 라운드를 한 그는 “창의적인 공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맘에 든다. 그린 밖 50야드에서 퍼터를 써야 할 때도 있으며 135야드를 5번 아이언으로 공략하기도 한다. 틀에 박힌 코스는 싫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링크스 코스에서 특효를 발휘하는 녹다운 샷의 귀재인 우즈는 올해도 천재성을 발휘할 것인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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