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찾은 한 야구 관계자의 한탄이다.
이날 올스타전에는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온 3만여 야구팬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선수들 역시 정겨웠다. 롯데 정수근에게 역전 결승홈런을 맞고 최우수선수(MVP)를 만들어준 한화 정민철은 정수근과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며 “MVP 상금 10%는 내 계좌로 보내라”고 농담을 던졌다. LG 우규민이 실수로 롯데 강민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자 강민호는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마운드로 달려가더니 활짝 웃으며 우규민과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올해 프로야구에는 전반기에만 287만7229명의 관중이 몰려 지난해보다 52%가 늘었다. 이 추세라면 1996년(449만8082명) 이후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넘어 제2의 프로야구 르네상스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도 사직구장에서 만난 KBO 관계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KBO는 올스타전 직전 김호인 심판위원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심판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최근의 심판 파벌 싸움과 관련해 앞으로 이런 갈등이 계속되면 해당자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KBO는 문책 이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시즌 개막 직전 심판 항명 파문 당사자에게 처음에는 ‘1년 정도 2군에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가 ‘자숙하는 기간은 유동적일 수 있다’는 식으로 인사 원칙도 불분명했다.
문제 당사자 간의 화해보다 ‘내 편 끌어오기’ 의혹을 사며 갈등을 증폭시킨 KBO의 이번 조치가 프로야구의 부활에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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