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을 남기고 2위에 3타나 앞섰던 장 반 드 벨드(프랑스)는 트리플보기로 공동 선두를 내준 뒤 연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다 잡은 우승을 놓친 벨드는 최근 골프 칼럼니스트 스티브 그리빈이 발표한 ‘메이저대회 최종 라운드 자멸 톱10’에서 1위에 올랐다.
2007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136회 브리티시오픈.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첫날부터 선두를 달렸다.
2위보다 3타 앞선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가르시아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클라레 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컵)가 아니라 ‘벨드의 비극’이었다.
‘최후에 웃은 자’는 세계 랭킹 10위 파드리그 해링턴(36·아일랜드)이었다.
가르시아에게 6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해링턴은 가르시아가 주춤한 사이 14번홀에서 이글을 잡아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18번홀(파4)에서 공을 두 번이나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해 가르시아에게 다시 선두를 내준 것.
최종 18번홀. 파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르시아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보기를 기록하는 바람에 연장전(브리티시오픈 연장전은 4개홀 승부)을 허용했다.
해링턴은 연장 1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보기에 그친 가르시아를 2타 차로 앞선 뒤 남은 3개홀에서 타수를 못 줄인 가르시아를 1타 차로 꺾었다.
1995년 프로 전향한 해링턴은 지난해 일본투어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는 타이거 우즈에게 8년 만의 연장 패배를 안겼던 주인공. 해링턴은 “만약 오늘 졌더라면 헤어날 수 없는 좌절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투어 11승, 미국투어 2승을 거뒀지만 준우승만 30차례나 했던 해링턴은 39번째 출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으며 상금 154만 달러를 챙겼다.
반면 8년 전 이 코스에서 무려 30오버파로 예선 탈락한 뒤 어머니 품에 안겨 울었던 가르시아는 또 한 번 ‘메이저 무관’ 징크스에 울었다.
‘탱크’ 최경주(나이키골프)는 해링턴과 같은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이븐파에 그쳐 3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공동 8위에 올라 역대 브리티시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타이거 우즈는 공동 12위(2언더파 282타)에 머물러 51년 만의 대회 3연패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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