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본선 5경기서 3골 단 1승…베어백을 어찌할꼬…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아직은 때가 아니다.”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핌 베어벡(사진) 축구대표팀 감독 거취에 대해 가삼현 사무총장과 이영무 기술위원장 등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반응은 ‘일단 일본과의 3, 4위전이 남았으니 대회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는 다소 원칙적인 방침으로 축구협회는 남은 기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감독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둔 촉박한 시점에서도 비난 여론에 따라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전격 경질한 적이 있다.

베어벡 감독은 선수들에게서는 크게 인심을 잃지 않고 있다. 이 기술위원장은 “선수들이 감독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들어 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일단 선수단과 협회에서의 베어벡 감독에 대한 평가는 크게 나쁘지 않다. 이천수도 “이번 대회에서 특히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는 것에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부임 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지켜본 일부 외국기자도 “코치로서는 유능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4강에 들지 못하면 사퇴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4강에는 들었지만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던 점이 문제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설기현(레딩 FC) 등 핵심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남은 선수들로 치른 경기 내용은 답답했다.

논리적이긴 하지만 현장에서의 순간적인 용병술과 임기응변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도 받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베어벡 감독이 경험이 부족해 노련미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베어벡 감독이 보여 준 전술 운용과 용병술은 ‘초짜 감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하는 전술을 구사했고 뻔한 선수 기용 및 교체로 골 결정력 부재를 해결하지 못했다. 공격에 문제가 있다면 김두현과 이근호 등 공격 지향적인 선수를 기용해 활로를 모색해야 했는데 늘 하던 구태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이 감독이란 명함을 거저 주는 국가가 아니라면 더 경험이 많은 감독으로 교체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선 한국축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베어벡 감독이 경험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대회였다. 코치와 감독은 다르다.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하고 전술을 구사하는 능력에서 큰 약점을 보였고 결국 초라한 플레이로 팬들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베어벡 감독은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패한 뒤 “마음의 결정은 내렸다”며 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거취는 남은 한일전의 경기 내용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쿠알라룸푸르=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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