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번 대회 4강에 들었지만 경기 내용은 낙제점이었다. 바레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맞기도 했으며 가까스로 진출한 8강과 4강에서도 골 결정력 빈곤으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답답한 모습을 노출했다.
대회 전 베어벡 감독은 “4강에 오르지 못한다면 거취를 고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1차 목표를 달성한 만큼 베어벡 감독의 경질을 공식적으로 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론이 좋지 않다. 많은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전술부재는 베어벡의 책임”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지적 되어온 소위 ‘뻥 축구’가 4강전까지도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은 베어벡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 대표팀 소집 과정에서 프로팀과 깊은 감정의 골까지 만들어 놓은 탓에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베어벡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축구계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베어벡의 사퇴를 주장할 경우 대한축구협회로서도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베어벡이 올림픽대표팀 사령탑까지 맡고 있는 현재, 감독을 바꿀 경우 당장 다음 달로 다가온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일부에서는 “수많은 득점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감독보다 선수들의 능력 부족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등 프리미어리거 3인방이 빠진 상황도 그렇거니와 수비수 한 명 따돌리기 버거운 한국 선수들의 돌파력을 감안한다면 측면공격과 롱패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베어벡의 전술을 이해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선수들이 골을 너무 못 넣고 있다.”면서도 “감독은 마술사가 아니다.”며 베어벡을 옹호하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 역시 “이번 성적에 한국 팬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감독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문제는 28일 열리는 일본과의 3-4위전. 일본전에서 또 다시 무기력한 플레이로 완패라도 당할 경우 베어벡은 그 책임을 면하기 힘들어 진다. 국민 정서상 일본전 패배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다 더 이상 선수탓만 하기에도 상황이 엄중하다.
자칫 김빠진 경기가 될 수도 있는 3-4위전은 베어벡에게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는 중요한 일전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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