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성적부진 책임 감독 사퇴…축구협회도 동의”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한국축구대표팀이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할 것인가.

“한일전을 앞두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다. 그들도 동의했다.”

2007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대표팀 핌 베어벡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베어벡 감독은 28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3, 4위전이 끝난 뒤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후반 강민수가 퇴장당해 수적으로 불리한 상태였지만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겼다. 베어벡 감독은 강민수의 퇴장 때 항의하다 역시 퇴장당해 객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대한축구협회 김호곤 전무이사는 29일 “아직까지 그의 거취에 대해 공식 논의는 없었다. 그를 경질해야겠다는 논의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30일 선수단이 귀국하는 대로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대한축구협회도 사임에 동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서로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어벡 감독은 이번 대회 직전부터 단순한 전술로 인해 비난을 받아왔고 일부 축구팬에게서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 대표 선수 차출 문제로 프로축구단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게다가 부친이 최근 그리스에서 수술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평소 차분한 성격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회 직전 “한국축구는 멍청하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고 국내 프로팀 감독과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은 “최근 많은 에너지를 잃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위해 휴식할 때”라며 그동안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같이 지친 상태에서 여론의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축구팬은 내가 잘 안다. 한국은 늘 이기기를 원했다”며 승패에 대한 부담감도 말했다. 외신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독이 든 성배’라 표현했듯 한국 축구팬의 뜨거운 관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다. 베어벡 감독은 “앞으로 5개월간은 어떤 제안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어벡 감독은 성인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직을 모두 맡고 있다. 성인대표팀은 당분간 큰 대회가 없지만 올림픽대표팀은 본선 진출을 다투는 중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대표팀 감독직만은 유지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김 전무는 “만일 불신임된다면 어느 한쪽 감독만 맡기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이라크가 후반 26분 주장 유니스 마무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하고 대회 출전 사상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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