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서대전초교에서 농구를 시작한 이들에게 당시 우상은 아시아 최고의 슈터라던 이충희(48·오리온스 감독)와 ‘농구 대통령’ 허재(42·KCC 감독)이었다.
농구 중계를 통해 이충희와 허재의 활약을 지켜보며 “언제가 나도 저런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조상현과 동현은 대학 시절과 프로 무대에서 허재와 직접 맞대결까지 벌였다. 조동현은 “내가 허재 형과 함께 뛸 줄은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감개무량해 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추억은 장래를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스타를 꿈꾸던 소년에서 어느덧 30줄에 접어든 조상현과 동현은 이번 주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처음으로 주관한 유소년클럽 농구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조상현은 14일에 LG 유소년 팀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키다 어린 선수들에게 물도 주고, 엉덩이를 쳐 주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조동현은 15일에 참석한다.
10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빡빡한 훈련 스케줄임에도 조상현과 동현은 기꺼이 초청에 응했다. 이들 형제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런 기회가 전혀 없어 아쉬웠다. 언젠가 우리도 어린이 농구 교실을 함께 열어보자며 약속했는데 보람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이 대회는 프로 10개 팀이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교 학생 대상의 유소년 팀이 모두 출전해 우승을 다투는 클럽 대항전이다.
KBL은 각 팀의 주요 선수들을 초청했으나 대다수 구단은 훈련과 행사 등을 이유로 불참하거나 후보들을 내보냈다. 의미 있는 이벤트를 만들고도 정작 KBL과 구단의 사전 조율이 부족했고 일치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결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스타는 최근 스포츠 용품 업체의 상업행사에 대거 참가하기도 했다.
미래의 주된 고객이 될지도 모를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농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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