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그 많던 고교유망주, 다 어디로 갔나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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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고교 농구 경기를 유심히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22일까지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고려대 총장배 전국남녀고교농구대회.

지난해 개관한 8000석 규모의 화정체육관은 어린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연일 뜨거웠다.

평균 40점 이상을 터뜨리는 ‘득점 머신’이 있는가 하면 화려한 개인기로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20에 가까이 올리는 재주꾼도 많았다. 2m가 넘는 선수만 해도 7명.

뛰어난 점프력을 갖춘 선수가 많아 경기 전 몸을 풀 때는 연방 덩크슛이 터져 나왔다. 우수 선수 영입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대학 지도자들과 프로 스카우트들의 군침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뜻 보면 몇 년 후 한국 성인 농구의 수준이 이들을 앞세워 성큼 올라서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한다. 실제로 1980년대 유재학 허재 강동희 문경은 등과 1990년대 이상민 서장훈 현주엽 등은 고교 무대를 평정한 뒤 국내 농구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어려서는 ‘제2의 허재’, ‘제2의 이상민’으로 주목받다가도 어느새 기억에서 잊혀진 사례도 많다. 일찍부터 주목받은 데 따른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결과다.

18년 동안 용산고 감독을 지내며 허재 양경민 김병철 등 스타들을 길러낸 양문의 씨는 “졸업 후 소리 없이 사라지는 제자를 볼 때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반면 지난 시즌 프로농구 모비스를 챔피언으로 이끈 양동근은 용산고 시절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을 만큼 주목받지 못했지만 성실한 자기 개발로 대기만성의 꿈을 이뤘다.

고교 농구 유망주들의 갈 길은 아직 멀다. 광신상고 시절부터 슈터로 이름을 날린 SK 문경은은 “어떤 지도자와 동료들을 만나는가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교 농구 지도자 역시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할 것 같다. 유망주는 발굴보다 키우는 게 더 어렵다는 한 농구 원로의 얘기가 생각난다.

김종석 기자 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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