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울산 현대호텔. 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 1승 2패로 A조 3위를 기록한 뒤 와일드카드를 기대하며 다른 조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16강 탈락이 확정되자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박경훈 감독이 “여러분 고생이 많았다. 지도자를 잘못 만난 탓으로 돌리고 돌아가서 더 열심히 훈련하기 바란다”는 최종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순간 울음바다가 됐다. 호텔을 나서고도 울먹이며 떠나지 않는 선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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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소속팀으로 돌아간 선수에게서 여러 차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원한 것만큼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감독님께서는 최선을 다해 지도하셨습니다. 더욱 열심히 해 훌륭한 선수가 되겠습니다’는 게 메시지의 요점이었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거론할 때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성적표’에 결코 자유로울 순 없다. 성적이 좋고 나쁨에 따라 선수들은 물론 국민도 웃고 우는 게 현실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때의 그 환희를 기억해 보자. 그리고 올 아시안컵 때 대표팀의 부진에 실망한 것을 생각해 보자.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에 지나치게 성적을 기대할 땐 오히려 그들의 기를 꺾을 수도 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면 된다. 한창 피어날 어린 선수들이 너무 낙담해 안쓰럽다”고 말했다.
사실 17세 이하 대회 성적은 예측 불허다. 육체적으로는 성숙할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잘하다가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많다. 우승후보로 잘나가던 브라질도 16강전에서 1명이 퇴장 당한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에 덜미를 잡혔다. 16강은 확실하다던 일본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성적지상주의에 매달리는 한국 축구계 현실이 어린 꿈나무들에게 너무 큰 마음의 짐을 안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에 월드컵 4강 신화를 안겨 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은 패배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우리 17세 이하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힘내라 한국축구의 미래여!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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