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2월 실업팀으로 출범한 삼성은 강산도 세 번 바뀌었을 세월 속에서 ‘농구 명가’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30번째 ‘생일’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와의 OB 라이벌전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현대는 삼성과 같은 해 창단해 국내 농구가 최고 인기를 누리던 198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전성기를 누렸다. 주로 크리스마스, 1월 1일 등 공휴일에 집중된 두 팀의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은 열기로 들끓었다. 박인규 신동찬 김현준(작고) 임정명 김진 등을 앞세운 삼성과 신선우 박수교 이충희 이원우(작고) 등을 내세운 현대는 재계 라이벌다운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신선우 LG 감독은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는 혈서라도 쓸 듯한 비장한 각오 속에 고참이라도 주전으로 뛰는 후배들이 잘할 수 있도록 허드렛일을 대신 해 줄 정도로 하나로 뭉쳤다”고 회상한다.
당시 삼성에서 뛴 이성훈 삼성 농구단 사무국장은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는 것 같았다. 경기 전날에는 다들 잠을 못 이뤄 바가지에 소주와 맥주를 부은 뒤 한 잔씩 마시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대가 경영난에 허덕이며 2001년 KCC로 넘어가면서 삼성-현대의 맞대결 구도는 사라졌다. 최근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은 이런 맞수들의 대립 구도가 희미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한국농구연맹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에 따라 올 1월에 이미 다음 시즌 일정을 확정해 지난 시즌 성적에 따른 흥미 요소는 배제했다. 반면 미국프로농구(NBA)는 철저하게 ‘흥행카드’를 공휴일 등에 배치한다.
특히 올 시즌에는 이상민-서장훈 이적을 놓고 삼성과 KCC가 앙숙으로 떠올랐고 김진(SK), 이충희(오리온스) 등 스타 출신 감독의 이동 등 흥행 호재가 많다. 하지만 경기 일정표를 보면 NBA 수준의 철저한 프로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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