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4회전 진출 두 번에 투어 대회 단식과 복식 우승, 세계 랭킹 30위권 진입까지 이형택은 8년째 국제무대를 외롭게 지키며 한국 테니스 역사를 바꿨다. 하지만 이제 그는 어느덧 은퇴 후 진로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고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는 눈에 띄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형택은 “해외 투어를 다니다 보면 한국 선수는 고사하고 아시아 선수도 보기 힘들어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이형택 다음으로 높은 랭킹의 국내 선수는 임규태(삼성증권)인데 278위에 불과하다. 그 다음은 394위의 전웅선. 한때 세계 주니어 랭킹 1위에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던 김선용은 국내 대회에만 치중해 랭킹이 1000위 밖으로 밀렸다.
건국대 시절 은사인 전영대 대한테니스협회 전무는 “형택이를 따라와 줄 선수가 아직 없으니 한국 테니스를 위해서라도 5년 이상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형택은 “예전보다 훈련 여건이 좋아지고 해외 진출 기회가 많아졌는데도 근성과 정신력이 부족한 것 같다. 어설프게 톱스타들의 겉모양만 따라 하려고 할 뿐 그들이 그 위치에 얼마나 힘들게 올라갔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형택을 앞세워 그나마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한국 테니스는 그의 은퇴 후 급격하게 침체될 우려마저 있다.
‘제2의 이형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유망주 조기 발굴, 국내 대회의 프로화와 상금 증액, 관공서가 아닌 대기업의 신생팀 창단, 흥행 실패로 1990년대 중반 사라진 KAL컵과 같은 ATP투어 대회 유치 등 해결 과제가 더는 공염불에 그쳐서는 안 될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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