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평균자책점 상위권팀들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운드가 안정된 팀들은 많은 점수를 뽑지 않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 기복이 심한 타선과 달리 마운드는 꾸준히 안정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어 장기레이스에서는 투수력이 탄탄한 팀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번 시즌에도 한국 프로야구 평균자책점 상위 1-4위팀들이 정규레이스 1-4위를 기록해 4강싸움을 일찌감치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마운드가 강한 팀들이 지구우승을 휩쓸었던 예년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홈런을 많이 때려낸 팀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02개의 홈런으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 와이번스가 코리언시리즈 직행을 사실상 확정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76개의 홈런으로 전체선두에 올라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한신, 주니치와 3강을 형성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러한 양상은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 내셔널리그 최다홈런팀 밀워키(206개)가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어메리칸리그에서는 홈런선두 뉴욕 양키스(193개)가 와일드카드 선두를 지키며 1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성큼 다가섰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홈런 1위팀 세이부 라이온스만 포스트시즌행이 사실상 좌절됐을 뿐, 한-미-일 모두 홈런 1위팀이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홈런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팀들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무엇일까?
이들의 선전을 단순히 ‘홈런효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존의 공격력에 마운드 강화가 더해졌기 때문에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 지난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기도 힘들었던 요미우리는 3명의 12승 투수를 배출하며 3점대(3.66)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마운드가 약했던 SK 역시 3명의 10승투수와 철벽 불펜을 앞세워 팀평균자책점 선두(3.26)에 올라 있다.
마운드의 안정속에 홈런의 힘이 가세하면서 중하위권에서 리그 선두권으로 순위가 수직상승하는 시너지효과가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관심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홈런 1위팀들의 활약이 이어질 수 있느냐의 여부. 큰 경기에서의 승패는 마운드의 힘과 예상치 못한 홈런 한 방에 갈라지기 마련. 탄탄한 마운드에 상대 마운드를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홈런포로 무장된 팀들의 상승세가 포스트시즌까지 계속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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