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K-1의 한국선수들? ‘몸값이 얼마 길래’

  • 입력 2007년 9월 21일 11시 52분


K-1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의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9일 방송된 KBS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60분> ‘최홍만 말단비대증 논란 그후…K-1의 거짓말’ 편에서는 K-1에서 활약 중인 한국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추적60분>은 K-1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이 당초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억대의 계약금을 받기는커녕 터무니없는 몸값에 K-1 무대에서 이용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수와 K-1간 계약서상에 나와 있는 불평등한 독소조항도 꼬집었다.

우선 <추적60분>의 방송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사실이다. K-1의 주최사 FEG는 전속계약이나 시합계약을 맺을 때 계약 내용을 극비에 부친다. 또한 선수들이 이를 위반했을 시 10배의 위약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FEG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재력이 풍부한 단체는 아니다. 일개 프로스포츠 구단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갓 격투기 무대에 데뷔한 평범한 선수에게까지 수억원의 계약금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19일 <추적60분>은 현재 K-1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최홍만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억대의 몸값을 받는 선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보통 K-1과 전속계약을 맺는 선수들이 받는 돈은 계약금과 대전료(파이트머니)로 나눌 수 있다. 현재 K-1과 전속 계약을 맺은 국내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유도선수 출신 김민수는 최근 전속계약이 끝났고 윤동식은 일본 FEG가 아닌 FEG코리아측과 계약을 맺었으며 복싱 챔피언 출신인 최용수와 지인진, 그리고 태권도 상비군 출신 박용수의 경우 역시 자체 대회 운영 및 K-1에 선수를 수급하는 티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위에 언급한 이들은 K-1 전속계약 선수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계약직이다. K-1은 전속계약 선수 외 나머지 선수에게는 계약금을 주지 않고 출전하는 시합의 대전료만 지불한다.

대전료는 선수에 따라 1,00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홍만같은 특급 스타들은 대전료만 1억원에 이른다는 설이 있으나 이 역시 극비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다. 19일 <추적60분> 방송에 나와 ‘억대 몸값은 터무니없다’고 증언한 최무배의 경우도 K-1 전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전료만 받고 경기에 나선다. 한 번 뛰고 1,000만원 정도의 돈을 손에 쥐는 비전속 선수들 입장에서는 억대 몸값은 남의 얘기다.

비 전속 선수들은 계약금 없어

현재 K-1과 전속계약을 맺은 선수는 최홍만과 ‘씨름 3인방’으로 불리는 김경석, 신현표, 김동욱, 투포환 국가대표 출신인 랜디 김, 그리고 또 다른 씨름스타 김영현 정도다. 이들은 K-1으로부터 억대의 전속계약금을 받은 것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계약금 액수는 알수없지만 한 씨름선수 출신의 K-1 전속계약서 번역을 담당했다는 황모(29)씨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실히 계약금은 수 억 원 대였다”고 밝혔다. 최소한 전속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K-1 진출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 K-1측이 지불해야할 돈이 늦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통 전속계약금의 경우 계약 한 달 뒤 두 차례에 걸쳐서 지불되며 대전료는 대회 종료 후 열흘 안에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 이 기한이 잘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격투기 종사자에 따르면 “FEG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K-1 측이 전속계약을 맺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그 선수의 상품가치에 따른다. 향후 발전 가능성도 꼼꼼히 살펴본다. K-1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을 생각했을 때 스타급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전속계약을 남발하기 쉽지 않다.

물론 비전속 계약 선수로만 뛰다가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대했던 만큼의 돈도 못 벌고 실패의 쓰라림만 남는 것이다. 이건 K-1 탓이 아닌 준비 없이 격투기 무대에 뛰어든 선수 자신의 책임일 것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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