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SK’의 숨은 공신,스포테인먼트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5월 26일 프로야구 SK-KIA전이 열린 인천 문학구장.

“홈구장이 만원 관중으로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뛰겠다”던 SK 이만수 코치는 약속을 지켰다. 2002년부터 문학구장을 ‘안방’으로 사용한 SK는 2005년 개막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만원 관중(3만400명)을 기록했고 ‘팬티 퍼포먼스’는 SK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상징이 됐다.

○프로야구는 비즈니스

이 코치의 스포테인먼트(팬티 퍼포먼스)는 치밀한 사전 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해 10월 2일 문학구장. 6위로 시즌을 마친 SK 신영철 사장은 “내년에는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2005년 하반기부터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포럼을 운영했다. 결론은 ‘이대로 가면 프로 스포츠가 공멸한다’는 것. 성적지상주의를 탈피해 팬을 위한 구단을 만들어야 했고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스포테인먼트였다.

이후 끊임없는 회의와 연구, 교육을 거치며 구체적인 전술이 완성됐다.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에서는 변화와 팬의 중요성을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내놨고 구단 프런트는 물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원이 합숙을 하며 이를 익혔다. 그라운드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앞장섰고 팬에게 먼저 다가서지 못했던 선수들도 조금씩 변해 갔다.

○팬을 위해 투자하라

SK는 지난해 22만6000원이던 연간회원권 가격을 10만 원으로 내려 불과 28명이던 연간회원이 1300명으로 늘었다. 3억 원을 들여 유아 놀이방을 비롯해 타격 연습장, 투구 속도 체험관 등을 만들었다. 5억 원을 투자해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던 가로 72m, 높이 1.4m 규모의 띠 전광판도 설치했다.

이 같은 투자는 수익을 낳았다.

가족 단위 관중이 크게 늘며 27일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최고인 98%의 관중 증가율을 기록했다.

평균 관중은 1만 명(1만429명)을 넘겼고 역대 인천 연고팀 중 최초로 60만 관중(64만6576명)을 돌파했다. 띠 광고판은 구장의 명물이 됐다. 장순일 경영지원본부장은 “5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티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을 때 일부에서는 ‘쇼 한다고 야구 잘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SK는 2000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뒀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관중은 즐거워했다.

신 사장은 “팬을 먼저 생각했지만 성적도 뒷받침됐다.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면 프로야구 판을 변화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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