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 팀의 전력을 탐색하고 농구 열기를 끌어 올릴 목적이지만 한국농구연맹과 구단의 무관심 속에 썰렁하기 일쑤였다. 감독이나 선수들도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식이었다.
오죽하면 지난 시즌까지 일부 시범경기는 관중이 100명을 넘기기도 힘들었을까.
하지만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올해 시범경기 개막전에는 1550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삼성 정성술 홍보팀장은 “정규리그에서 인기 없는 몇몇 구단과의 홈경기 때보다 더 많은 관중이 체육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런 열기는 KCC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이상민이 처음으로 새 유니폼을 입고 뛴 게 팬들의 흥미를 자극한 덕분.
다른 흥행 카드도 많았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SK에 입단한 김태술은 곱상한 외모로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인기 스타. 오리온스 시절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다 SK로 옮긴 김진 감독이 펼쳐낼 용병술도 관심을 끌었다.
이례적인 관중 앞에서 치러진 이날 경기는 양 팀이 작전타임을 모두 써가며 2시간 가까이 접전을 벌일 만큼 흥미로웠다. 빠른 속공에 절묘한 가로채기가 쏟아졌고 앨리웁 덩크슛까지 나와 박수갈채가 터졌다.
같은 시간 울산에서는 새내기인 오리온스 이동준과 모비스 함지훈이 나란히 21점을 넣으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주요 스타와 인기 사령탑의 이적, 굵직한 신인 가세 등 18일 개막되는 올 시즌에는 그 어느 해보다 호재가 많다. 한두 시범경기만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그 출발도 좋아 보인다.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거창한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비록 시범경기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미국프로농구는 인기몰이를 위해 멀리 유럽과 아시아까지 시범경기에 나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이번 주에는 저녁 약속을 농구장으로 잡으면 어떨까. 입장료가 공짜이니 금상첨화다. 팬들의 발길은 선수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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