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리오스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7경기에 선발로 나와 1승 4패 방어율 4.91의 부끄러운 성적표를 남겼다. 더군다나 그는 2005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이후 승 없이 2패만을 기록 중이었다. 최고의 용병 투수라는 명성이 어울리지 않는 부끄럽기만 한 성적. 이 정도면 ‘포스트시즌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런 이유 탓에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에이스 리오스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내고도 다소 꺼림직 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리오스에 대한 믿음을 애써 강조했다. 리오스가 올해 한화와의 경기에서 강했고 낮 경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근거를 들었다.
역시 우려는 기우였다. 리오스는 14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벽투를 뽐내며 플레이오프 1차전 MVP로 선정됐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구사한 리오스의 호투에 지난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끈한 타격을 선보였던 한화 타선도 속수무책이었다. 칼 날 같은 제구력으로 한화의 방망이를 잠재웠고 고비 때 마다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를 잡아내는 위기관리 능력도 일품이었다. 두산 내야진의 건실한 수비도 한 몫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리오스의 위력적인 구위가 승리의 첫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낸 리오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 내가 큰 경기에서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오늘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구력에 중점을 두고 투구했다고 밝힌 리오스는 “두산 수비진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는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한편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리오스를 4차전 선발로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리오스의 완봉승을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4차전에 다시 리오스를 내려면 투구 수를 아껴줘야 했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사진=양회성 인턴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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