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노장들의 마지막 꿈 ‘아름다운 퇴장’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공은 느려지고 방망이는 무뎌지고….’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한화 송진우(41)는 여전히 현역이다.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기록이 바뀐다. 그는 공의 위력은 떨어졌지만 노련함으로 선수 생명을 잇고 있다.

야구 선수가 노장이 되는 것은 쓸쓸한 가을과 같다. 젊은 후배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조금만 실력이 처져도 자의 반 타의 반 은퇴의 기로에 선다.

#대화 1: “방출이 결정됐던데요?” “잘됐네요.”

최근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마해영(37)은 뜻밖에 담담했다. 올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그에게 ‘방출’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9년 롯데 시절 타율 0.372에 35홈런의 최고 성적을 냈던 마해영은 올해 타율 0.071에 1홈런에 그쳤다. 그럼에도 그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면 몸값과 상관없이 뛸 것이고 내년에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옷을 벗겠다고 했다.

마해영은 1995년부터 올해까지 통산 1598안타, 258홈런, 995타점을 기록 중이다. 과연 그는 어느 팀에서 2000안타와 1000타점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대화 2: “롯데의 ‘간판 거인’이었는데?” “부상 후유증으로 팀에 도움이 못 돼 미안하죠.”

1992년 프로 데뷔 첫해 17승 9패 6세이브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된 염종석(34). 그는 지난해 말 ‘1+1’ 옵션계약을 했다. 올해 선발 20경기 이상 출전에 6승을 올리고 100이닝 이상 투구를 하면 연봉 1억7000만 원에 인센티브 4000만 원을 받고 내년까지 뛴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14경기에 나가 71이닝을 던졌고 4승 8패에 그쳐 옵션을 채우지 못했다.

염종석은 8월 초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가 일찌감치 올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막판 1군에 복귀할 수 있었지만 후배에게 양보했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염종석은 “내년에도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했다. 통산 93승 132패 14세이브에 1766과 3분의 2이닝을 던진 그에게 100승과 2000이닝 달성은 마지막 욕심이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내년은 이들 노장에게 선수냐 은퇴냐가 결정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석이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였고 기여도도 높았어요. 구단 측이 (현역 연장을) 배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프로 입단 동기 정민철(한화)의 바람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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