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동아일보 2007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국내 마스터스 마라톤 사상 처음으로 '풀코스 100회 완주 형제'가 탄생했다. 경남 울산광역시에 살고 있는 장재복(50·현대중공업 선체설계 1부 차장)-재근(43·효성 울산공장 TY생산1팀) 형제가 그 주인공.
형 재복 씨가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뛴 것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마라톤 대회는 엘리트 선수만 참가했지만 재복 씨는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대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그 해에만 한시적으로 일반인 부문을 만들었던 것. 재복 씨는 대회가 열리기 얼마 전 회사가 주최한 창립기념 사내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덕분에 '우승 보너스' 격으로 동아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행운을 얻었다. 이후 한동안 마라톤을 잊고 살던 재복 씨는 2002년 울산마라톤클럽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런 형을 지켜보던 동생 재근 씨도 이듬해부터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형은 2시간55분05초의 서브스리 최고 기록을 가진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명예의 전당 회원이다. 동생의 최고 기록은 3시간 20분대.
"형하고 저는 체형부터 달라요. 아직은 형만큼 못하지만 언젠가는 형처럼 잘 달릴 때가 오겠죠"(재근 씨).
둘은 올 초에 '동시 100회 완주'를 결의했다. 그리고 집인 울산 근처에서 열리는 경주국제마라톤은 장소나 규모 면에서 딱 들어맞는 대회였다. 동생은 이후 출근 도장 찍듯 부지런히 대회에 나섰고 당시 동생보다 풀코스 완주를 다섯 차례 더했던 형은 '페이스 조절'에 들어갔다. 행여 대회에 나섰다가 완주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날 나란히 '100회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동호회 홈페이지를 보면 저는 101회 완주로 돼있어요. 하지만 그 중 한번은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해 본의 아니게 완주했고 한 번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뛰었으니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딱 100번째 완주 맞습니다. 하하"(재복 씨).
"이제 100회를 채웠으니 내년에는 서브스리에 도전할 겁니다. 형과 함께하는 풀코스 완주 회수도 계속 늘려가야죠. 200회, 아니 300회, 400회 그 이상까지요"(재근 씨).
레이스를 마친 두 사람은 동호회 회원들이 준비한 축하 플래카드 앞에서 환하게 웃었다. 머리에는 월계관을 썼고 목에는 커다란 꽃다발까지 걸었다. 형은 3시간10분45초, 동생은 3시간49분02초로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에 못 미쳤다. 하지만 '마라톤 형제'는 이날 올림픽 금메달이 부럽지 않은 듯 보였다.
경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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