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 아디다스 자충 플레이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03분


#1.

6일자 모 중앙 일간지에 ‘아디다스 코리아가 대한축구협회에 현금만 해도 4년간 293억 원을 후원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로 인해 파문이 일자 아디다스 코리아는 6일 뒤늦게 대한축구협회에 이와 같은 금액을 제시하는 팩스를 보냈다. 협회는 토요일이라 근무를 하지 않았고 월요일인 8일에야 이 팩스를 확인한 뒤 황당해했다.

#2.

19일엔 아디다스 코리아의 한 관계자가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2차 제안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3일 최종 결정될 때까지 2차 제안은 전혀 없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나이키와 4년간 현금 250억 원, 물품 240억 원 등 총 490억 원에 후원계약했다.

일반적으로 지켜야 할 ‘상도(商道)’라는 게 있다. 아디다스 코리아의 이번 처사는 상도뿐만 아니라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협회가 스폰서를 새로 결정할 땐 ‘전관예우’ 차원에서 우선협상기간을 두는 게 국제적인 관례다. 이 기간엔 직전까지 스폰서를 한 기업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다른 업체와 접촉하지 않는 게 상도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관례에 따라 나이키와 계속 접촉하고 있었는데 이 기간에 아디다스 코리아는 일부 언론에 자신들의 뜻을 계속 흘렸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디다스 코리아가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어차피 계약을 따내지 못할 것을 알고 아디다스 코리아 관계자가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디다스 코리아 측은 “후원 의사 표시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대한축구협회는 아디다스를 아예 검토 대상에서 제외해 놓았다”며 오히려 불만을 표시했다.

아디다스 본사는 초창기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가 돼 단 한 번도 다른 업체에 빼앗기지 않았다. 아디다스가 지원해 온 독일축구연맹(DFB)은 최근 8년간 5억 유로(6481억 원)를 지원하겠다는 나이키의 ‘대단한 제안’을 거부했다. 나이키가 제안한 후원금액은 아디다스보다 약 3배나 많았지만 독일협회는 50년이나 후원해 온 아디다스를 배반하지 않았다.

후원 액수를 키워 경쟁 업체에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아디다스 코리아 측은 이번에 효과를 봤다. 하지만 다음 계약 때 아디다스가 정말로 대한축구협회를 잡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선 자신들의 발목도 잡은 셈이 아닐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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