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2연패에 빠졌던 SK가 2연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SK는 홈런 2개를 포함해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2경기 연속 선발 전원 안타를 퍼부으며 두산을 4-0으로 제압했다.
SK의 ‘깜짝 선발’ 김광현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한 개만 내주며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신인 한 경기 최다인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 3승 투수 김광현의 재발견
“선발은 예상 못했지만 떨리진 않아요. 지난밤에 푹 잤고요. 편안하게 던질래요.”
경기 전 김광현은 신인답지 않게 여유가 있었다. ‘제2의 류현진(한화)’으로 주목받으며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정규 시즌 3승 7패로 기대에 못 미쳤다.
SK 김성근 감독이 4차전 선발로 그를 지명하자 많은 전문가는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가 등판하는 경기라서 포기하는 게 아니냐고 수군댔다.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 밖이었다. 김광현은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를 앞세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1회를 마쳤다. 1회 투구 수가 24개로 많은 편이었지만 이닝을 거듭할수록 위력은 더해 갔다. 5회까지 삼진 7개를 솎아 내며 노히트 노런. 데뷔 이후 최고의 투구를 가장 큰 무대에서 보여 준 김광현은 류현진이 경험 못한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가 됐다.
○ 체면 구긴 22승 투수 리오스
리오스는 정규시즌에서 SK를 상대로 4승 1패에 평균자책 0.23의 위력을 과시했다. 5월 2일 첫 등판에선 졌지만 이후 4경기에서 두 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자책점 하나 없이 SK를 농락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리오스에게 0-2 완봉패를 당한 뒤 김성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잘했다. 다만 리오스가 정말 잘 던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원한 킬러’는 없었다.
리오스는 1회부터 안타 3개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 4회에도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줘 위기를 맞았다.
추가점을 내지 못하던 SK는 1-0으로 앞선 5회 리오스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1사 후 조동화와 김재현이 연속 타자 홈런을 터뜨린 것.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통산 홈런이 한 개뿐인 조동화는 2차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만 홈런 2개를 터뜨렸다. 리오스는 9안타 3실점을 기록한 뒤 5회가 끝나고 교체됐다.
5차전은 27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한국시리즈 4차전 (SK 2승 2패·잠실) | ||||
S K | 100 | 021 | 000 | 4 |
두산 | 000 | 000 | 000 | 0 |
[승]김광현(선발·1승) [패]리오스(선발·1승 1패) [홈]조동화(5회·2호) 김재현(5회·1호·이상 SK) |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노장들 살아나 좋은 경기”
▽SK 김성근 감독=선발투수인 김광현이 잘했다. SK에 큰 투수가 탄생했다. 또 3, 4, 5번의 노장들이 모처럼 자기 페이스를 찾았다. 김재현도 예전의 김재현으로 돌아왔다. 초반에 대량 득점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놓친 것이 김광현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 같다. 리오스에게 약한 것 때문에 오늘 2, 3, 4, 5, 6번을 다 왼손타자로 쓰려고 했지만 박재홍의 타격을 보고 할 수 있겠다 싶어 그대로 나갔다.
“김광현에 완전히 당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상대 투수인 김광현이 잘 던졌고 볼 컨트롤도 좋았다. 오랜만에 김광현을 상대하다 보니 타자들이 당황한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보다 덜 적극적으로 나왔다. 리오스를 빨리 내린 것은 7차전에 SK와 다시 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3점을 뒤엎는 것보다는 1이닝이라도 투구 횟수를 줄여 마지막에 힘을 쓸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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