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시상식을 마치고 만난 두산 김경문(사진) 감독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나 두산 김경문 감독은 패인을 선수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04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두산 사령탑에 올라 올해까지 4년간 세 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선 삼성에 4연패로 물러나는 상처도 입었다.
그만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의 우승에 대한 목마름은 컸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때부터 입버릇처럼 “이제 남은 소원은 한국시리즈 우승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1982년 OB), 코치(2001년 두산)에 이어 사령탑으로서도 우승컵을 안는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우승’에 도전했다.
시즌 초 꼴찌에 맴돌 때만 해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로 팀의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다른 팀들이 번트를 대는 ‘스몰 볼’을 추구할 때 두산은 믿고 맡기는 호쾌한 공격 야구를 선보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민병헌 등을 키우며 전력의 핵심으로 만들었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이대수(SK)와 채상병(한화)도 트레이드를 통해 옥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젊기 때문에 빨리 팀을 추슬러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것이다. 그때는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올해도 실패했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에는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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