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투지… 두산도 빛났다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3시 02분


“우리 선수들 기죽이지 말고 칭찬 많이 해주세요.”

준우승 시상식을 마치고 만난 두산 김경문(사진) 감독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러나 두산 김경문 감독은 패인을 선수들에게 돌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04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두산 사령탑에 올라 올해까지 4년간 세 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5년 한국시리즈에선 삼성에 4연패로 물러나는 상처도 입었다.

그만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의 우승에 대한 목마름은 컸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때부터 입버릇처럼 “이제 남은 소원은 한국시리즈 우승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1982년 OB), 코치(2001년 두산)에 이어 사령탑으로서도 우승컵을 안는 사상 첫 ‘트리플 크라운 우승’에 도전했다.

시즌 초 꼴찌에 맴돌 때만 해도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과 ‘믿음’의 야구로 팀의 정규시즌 2위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다른 팀들이 번트를 대는 ‘스몰 볼’을 추구할 때 두산은 믿고 맡기는 호쾌한 공격 야구를 선보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민병헌 등을 키우며 전력의 핵심으로 만들었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이대수(SK)와 채상병(한화)도 트레이드를 통해 옥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우리는 젊기 때문에 빨리 팀을 추슬러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할 것이다. 그때는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올해도 실패했지만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에는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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