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실에서 열린 삼성-KCC전은 시즌 초반 ‘빅 카드’였다.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삼성 이상민과 KCC 서장훈이 처음으로 맞대결을 벌였기 때문. 3000장이 넘는 예매를 기록했고 7000명에 가까운 관중이 몰려들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삼성의 승리로 끝난 이날의 영웅은 이상민이었다. 득점까지 주도하며 시즌 첫 승을 이끈 그는 경기 후 27점을 넣었다는 기록지를 받아들었다. 당시 언론들도 일제히 ‘이상민=27득점’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 날 배포된 기록지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상민이 26점을 넣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삼성 이규섭이 넣은 자유투 1점이 전산 입력 과정에서 이상민의 득점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이상민은 “그날 보너스 원 샷을 던졌기에 자유투 개수가 홀수여야 했는데 짝수여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기록 실수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경기 종료 후 현장에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제대로 업무가 처리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도리어 한국농구연맹(KBL)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이 기록을 잘못 보고 기사화한 게 아니냐”는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기록이 생명이자 역사인 스포츠에서 KBL은 최근 기록 오류로 미디어가이드를 다시 제작하는 해프닝을 치른 데 이어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이 경기는 TV 생중계가 되지 않아 팬들의 원성을 샀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들이 같은 시간 골프와 여자농구를 중계하느라 외면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인터넷 생중계라도 해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기당 400만 원이 들어가는 경비 문제 때문에 녹화 중계라도 잡힌 경우는 인터넷 생중계를 하지 않는다는 게 KBL의 원칙이란다.
반면 여자프로농구는 SBS스포츠와 전 경기 중계를 원칙으로 중계권 계약을 한 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로도 역시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기록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팬들의 관심마저 외면하는 KBL의 행태는 시즌 초반 프로농구 열기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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