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떠난 지 3개월… 차기 감독 선정 두고 축구계 후끈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3시 00분


대한축구협회의 ‘밀실행정’이 또 도마에 올랐다.

핌 베어벡 감독이 사퇴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뒤 차기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축구협회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느껴진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 책임 회피

베어벡 감독을 뽑는 ‘실수’를 한 현 기술위원회가 다시 차기 감독을 뽑는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최근 “외국인 감독 10명과 국내 감독 10명을 놓고 차기 감독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을 뿐 기술위원회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에 대해 협회 내외부에서는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국내 감독으로 몰아가기

기술위원회가 사령탑 공백 3개월 동안 조용히 있다가 감독 선임에 나서며 밝힌 “국내외 감독을 망라해 선정하고 있다”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축구인이 많다. 외국인 감독을 뽑으려면 오래전부터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지금에야 시작한 것은 외국인을 배제하고 ‘국내 감독’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적인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서 뛰는 대표급 선수가 많은데 국내파 감독을 잘못 뽑을 경우 ‘선수가 감독을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우려했다. 그는 또 “외국 감독이냐 국내 감독이냐를 먼저 정해 놓고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고 말했다.

○ 은밀한 손

‘축구야당’으로 불리는 한국축구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리 사람을 정해 놓고 모양새만 갖추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협회의 ‘실력자’가 차기 감독을 찍어 놓고 구색 갖추기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조광래 전 FC 서울 감독과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도 후보로 거론되는데 이런 구조라면 그들은 100% 국가대표 감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기술위원들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철저히 분석한 끝에 감독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현재 국내 감독일 경우 현 K리그 사령탑을 위주로 뽑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회의 한 관계자는 “K리그 감독들이 프로팀을 버리고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는 대표팀 사령탑으로 올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협회의 측근이 감독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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