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SK ‘스포테인먼트’ 실험은 계속된다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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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붉은 빛깔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던 프로야구 가을 잔치는 2000년 창단한 SK가 첫 우승컵을 안으며 막을 내렸습니다. 최선을 다한 두산도,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팬들도 모두 잔치의 주인공이었습니다.

SK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팬 중심의 야구를 선언하며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누구는 ‘신선한 시도’라고 했고 누구는 ‘남들 다 하는 마케팅을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SK가 포장만 신경 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억 원을 들여 유아 놀이방, 야구 체험관, 띠 전광판 등을 설치했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문학구장을 찾은 관중은 65만여 명. 63경기니까 평균 1만 명이 넘습니다. 인천 연고 구단 사상 최다였고 전년보다 98%가 늘었습니다.

SK의 올해 관중 1인당 입장 수입(객단가)은 2608원으로 8개 구단 중 꼴찌입니다. 박리다매로 외형만 키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SK의 객단가는 더 낮았습니다. SK는 내년에도 객단가보다는 관중 증가에 중점을 둘 작정입니다. 일단 많은 시민이 ‘야구의 맛’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SK 신영철 사장은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에 몰린 뒤 ‘이렇게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한 뒤 “통합 우승을 해야 진정한 변화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팬을 앞세운다는 말과 달리 결국 성적이었느냐” 하는 물음에 신 사장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붐 조성이) 구단 노력만으로는 힘들더라. 시설을 좀 바꾸려 해도 여러 규정이 걸린다. 우승을 하면 일을 추진하기가 한결 쉬울 것 같다.”

SK는 한국시리즈 기간 중 연구소 두 곳을 통해 야구장 안팎에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구장을 찾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wants), 야구장을 찾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needs) 등을 알아봤습니다. SK는 내년에 문학구장을 ‘스타디움’이 아니라 가족이 찾는 ‘파크’ 개념으로 단장할 계획입니다. 주위에 트램(소형 전차)이나 꽃마차를 다니게 한다는 구상도 그중 하나입니다.

신 사장은 요즘 들떠 있습니다. ‘한국 야구의 발상지’ 인천에 다시 불어 온 야구 바람 덕에 안상수 인천시장이나 박창규 인천시의회 의장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승 프리미엄’을 앞세운 SK의 스포테인먼트가 내년에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합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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