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노장들의 잔치’ 비결은?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03분


“경험으로 달리고, 목표의식 뚜렷”

‘마라톤 선수의 전성기는 30대?’

올 시즌 국내는 물론 세계무대를 휘어잡은 마라토너들의 공통점은 모두 30세를 넘긴 노장이라는 것이다.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남자 세계최고기록(2시간 4분 26초)을 세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34세. 200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는 37세다. 게다가 지난달 끝난 2007 경주국제마라톤 여자부 우승자인 한국 여자마라톤의 ‘맏언니’ 윤선숙(강원도청)은 35세.

올해만이 아니라 2003년 2시간 4분 55초로 사상 처음 마의 ‘2시간 5분 벽’을 깬 폴 터갓(케냐)도 당시 34세였다. 이런 ‘노장’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 숙련된 노하우

이봉주는 “경험으로 달린다”라고 짧게 말한다. 오래 달리다 보니 몸만들기와 레이스 노하우가 향상돼 젊었을 때보다 쉽게 달린다고. 이봉주는 “달리다 보면 힘든 순간이 오지만 그것을 참고 이겨냈을 때 우승과 기록이라는 결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나를 달리게 한다”고 말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운동생리학 박사는 “순발력과 체력은 20대에 전성기지만 심폐지구력은 30대와 40대에도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확고한 목표 의식

게브르셀라시에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뒤 바로 “이제 2시간 3분대에 들겠다”며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이봉주는 “올림픽 금메달이 나를 계속 달리게 한다”고 말한다. 이봉주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때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뒤 줄곧 올림픽 금메달 사냥을 준비해 왔다.

김병준(스포츠심리학) 인하대 교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하나에 헌신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경우 40대와 50대의 풀코스 완주율이 90%가 넘는 반면 20대와 30대는 80%대(이상 2007서울국제마라톤)에 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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