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핀 꽃이 일찍 진다’고 했던가.
스위스의 여자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힝기스(27).
‘알프스 소녀’로 불리며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힝기스가 20대 후반의 많지 않은 나이에 두 번째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유가 금지약물 복용 혐의여서 씁쓸한 뒷맛마저 남겼다. 힝기스는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윔블던에서 받은 소변 검사 결과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100% 결백하지만 도핑 관계자와 싸워 가며 선수 생활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해 온 성명서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힝기스는 1997년 호주오픈에서 역대 최연소(16세 3개월)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한 뒤 그해 역시 최연소 세계 1위에 오르며 ‘10대 테니스 여왕’에 등극했다. 209주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던 그는 20대에 접어들면서 이어진 부상 끝에 22세 때 은퇴했다. 2005년 복귀했으나 올해 들어 부상과 파혼 등의 악재에 시달리다 도핑 문제에 휘말려 라켓을 놓게 됐다. 코카인의 효과는 직접적인 경기력 향상이 아니라 자신감을 키워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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