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후배들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했다. 생업에 종사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밤에 훈련하고 주말에 경기하는 사회인 클럽 팀에서 뛰지만 후배들에게 그는 ‘희망’이다. K리그에서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요즘 사는 맛이 더 난다”고 했다.
프로축구 3부 리그 격인 K3리그의 서울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골잡이 제용삼(35·사진) 얘기다. 그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축구를 그만둔 선수들이 다시 축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몸을 던지고 있다. K3리그는 N리그(실업리그)의 하부 조직으로 ‘생활 축구’를 하는 멤버들이 뛰는 곳. 하지만 ‘연봉 선수’를 꿈꾸는 엘리트 출신 젊은 선수도 많다.
“재능은 있는데 프로와 실업에서 외면 받은 어린 선수가 예상외로 많아요. 우리 팀이 사회인 클럽이지만 실력을 갈고 닦아 잘 뛰면 N리그로 스카우트될 수 있어요. 그 다음엔 K리그도 노크할 수 있죠.”
제용삼은 1994년부터 실업 이랜드에서 뛰다 1998년 K리그 안양 LG(현 FC 서울)로 스카우트돼 ‘해결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까지 K리그 59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렸고 1998년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는 울산 현대에 0-1로 뒤지다 2골을 잡아내 팀에 우승컵을 선사하기도 했다. 2002년 서울시청에서 은퇴하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청소년 풋살교실을 운영하던 그는 올해 초 5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제용삼은 노장이지만 올 시즌 18경기를 모두 뛰었고 13골 9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랭킹 1위를 기록하며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실업리그와 K리그에서 뛰면서 닦았던 몸 관리 노하우와 경기 운영 능력도 전수하고 있다. 팀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1위(10승 7무 1패)로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제 포지션에서 절 밟고 올라서는 후배가 나오면 바로 그만둘 예정입니다. 후배들의 길잡이로 만족합니다.”
한편 K3리그 4강 플레이오프는 10일 오후 3시 서울 유나이티드-천안 FC(천안 오룡경기장), 화성신우전자-용인시민축구단(화성비봉인조구장)의 대결로 열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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