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쌍둥이 형제가 코리안 드림 실현을 꿈꾸며 한국프로농구에 도전장을 던졌다.
8세 때 부모와 이민을 떠난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들의 표정은 부푼 기대 속에 밝기만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최금동(미국명 던·21)과 은동(어니).
최근 한국농구연맹(KBL)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한 이들은 9일 서울 단국대부속고에서 열리는 실기 테스트에 응시하기 위해 8일 입국했다.
“한국에 오니 너무 좋아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어요.”
부산 남천동에서 3분 간격으로 태어난 최금동과 은동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떠나 곧 농구를 시작했다. 이들의 이름은 아버지(최성만 씨)가 직접 지어 줬는데 생일이 한글날이라 우리말 느낌을 주면서 금과 은처럼 빛나는 인물이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똑같이 포인트가드인 이 형제는 고교 시절 지역 리그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힐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여 미국 전역의 팀들이 모이는 클럽 대항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180cm에 왼손잡이인 이들은 2005년 유명 2년제 대학인 샌타모니카 칼리지에 입학한 후 ‘투 가드’로 활약했는데 형은 시야가 넓고 득점력을 갖췄으며 동생은 스피드와 수비가 좋다. 대학 졸업반 때 주장을 맡은 형은 평균 13득점, 10어시스트, 5가로채기를 기록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렸던 이들은 동양인의 핸디캡과 상대적으로 작은 신체 조건의 한계를 실감하며 국내 무대로 진로를 돌렸다. 마침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KTF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것도 계기가 됐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유일한 쌍둥이 선수인 조상현(LG) 동현(KTF) 형제처럼 코트에서 서로 맞대결할 희망을 키웠다.
“(신)기성이 형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한국에서 꼭 뛰고 싶어요. 내가 나를 못 믿으면 누가 나를 믿어 주겠어요. 자신 있습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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