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208cm의 거구에 긴 팔, 긴 다리. 곱슬머리에 매서운 눈매. 강스파이크를 날린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갈색 표범.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브라질 용병 보비(28). 그는 2006∼2007 V리그에서 공격종합과 서브, 후위공격, 오픈공격에서 4관왕에 올랐다. 우승 팀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와 준우승 팀 삼성화재의 레안드로는 각각 러시아와 일본으로 떠났다. 보비에게도 큰돈의 유혹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자 배구 용병 가운데 유일하게 2년째 한국에 남았다.
지난해 못 이룬 꿈, ‘대한항공의 우승’을 위해서다. 일본 오사카로 전지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4일 인천 중구 도원체육관에서 그를 만났다.
○ “프로는 언제든 코트에 설 준비를 해야 한다”
보비는 10월 3일 입국한 다음 날 한국배구연맹(KOVO)컵 LIG와의 경기에 출전해 20점을 올리며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보비의 활약 덕분에 대한항공은 KOVO컵 첫 우승을 차지했다.
보비는 “시차 적응이 안 돼 경기 도중에도 하품이 나올 정도로 피곤했다. 하지만 프로라면 팀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코트에 서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 “더 높고 더 강해졌다”
보비는 공격력은 좋지만 큰 키에 비해 적은 몸무게(95kg) 때문에 체력이 막판에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비는 “올 시즌은 높이와 공격력에서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에 오기 전 브라질 상위 클럽 팀과 함께 훈련하면서 힘을 키웠다는 것.
○ “스물여덟 해 내 인생은 배구뿐”
보비는 나라마다 배구의 색깔이 있다고 했다. 브라질은 ‘파워와 스피드’, 한국은 ‘기술과 기본기’가 좋다고 평가했다.
○ “한국말은 어렵지만 김밥은 맛있다”
보비에게 한국은 아직도 낯설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얼마예요, 축하해’ 등 기본적인 단어밖에 모른다. 그래서 한국인과 대화할 때마다 통역이 있어야 하는 게 불편하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맛난 김밥을 먹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 “아내가 매우 사랑스럽다”
보비는 가족을 브라질에 두고 왔다. 그는 “겨울에 아내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항상 보고 싶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진한 애정 표현을 한다는 게 대한항공 관계자의 얘기다.
보비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올 시즌 대한항공의 우승을 위해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다른 선수처럼 팬들에게서 초콜릿을 선물 받는 게 소원”이라며 껄껄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보비는 누구:
△본명=보비 파지오 호비손 따떼오 △1979년 4월 25일 브라질 출생 △208cm, 95kg △브라질 청소년대표 △2005∼2006 시메드 클럽 소속으로 브라질 슈퍼리그 우승 △2006∼ 대한항공 배구단 라이트 공격수 △2006∼2007 V리그 공격종합, 서브, 후위공격, 오픈공격 4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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