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질 15년… 포항, 마침내 恨을 녹였다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전반 43분 결승골을 터뜨린 포항 스틸러스의 브라질 출신 슈벵크(오른쪽 앞)가 노리개 젖꼭지를 입에 물고 10개월 된 아들 다비를 위한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왼쪽은 35세의 포항팀 최고참 김기동. 성남=연합뉴스
전반 43분 결승골을 터뜨린 포항 스틸러스의 브라질 출신 슈벵크(오른쪽 앞)가 노리개 젖꼭지를 입에 물고 10개월 된 아들 다비를 위한 골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왼쪽은 35세의 포항팀 최고참 김기동. 성남=연합뉴스
포항 선수들이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가운데), 우승 트로피를 든 김기동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포항 선수들이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가운데), 우승 트로피를 든 김기동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K리그 챔프2차전, 성남 1-0 꺾고 통산 4번째 패권

노장 김기동-박원재 등 맹활약… PS 5연승 기염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는 데는 1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1992년 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 그는 동료들의 환호를 지켜봐야만 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연습생 신분으로 1991년 포항에 들어간 김기동(35).

그는 단 한 경기도 뛸 수 없는 처지였다. 더욱이 우승 후 팀은 그를 내쫓았다. 각광받는 슈퍼 신인이 아니었던 데다 체격(키 171cm)도 작아 장래성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그는 방출됐다.

그로부터 15년 뒤. 2007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이 열린 11일 경기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 동영상 촬영 : 최배진 동아닷컴 객원기자

포항에서 등을 떠밀려 유공에 입단한 뒤 프로축구 무대 데뷔전을 치러야 했던 김기동은 2003년 포항에 재입단한 후 팀의 기둥이 됐다. 이날 김기동은 팀의 최고참으로 우승 트로피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들어 올렸다. 활동량이 가장 많은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필드 플레이어 중 최다인 426경기 출장의 신기록을 세우며 ‘포항 돌풍’의 주역으로서 당당히 팀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포항에서 올라온 1000여 명의 팬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후배들은 그를 하늘 높이 헹가래 쳤다. 오랜 시간 무명으로 지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른다’는 자신의 좌우명은 현실이 됐다. 그는 “프로축구 초년병 시절에는 설움도 많았다. 앞만 보고 왔는데 평생의 꿈을 이뤘다. 올해 포항과의 계약이 만료되지만 앞으로 500경기 출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이 2007 프로축구 K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포항은 이날 전반 43분 슈벵크가 결승골을 터뜨려 1-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성남을 3-1로 격파했던 포항은 이로써 1986, 1988, 1992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랐다. 반면 성남은 통산 8번째 우승이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정규리그를 5위로 마친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며 정규리그 4위 경남 FC, 3위 울산 현대, 2위 수원 삼성, 1위 성남을 모조리 격파하며 우승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이 되지 못해 아쉽다. 상승세를 탄 포항이 거세게 압박해 우리 선수들이 다소 위축된 듯하다”고 말했다.

포항의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은 “1차전을 3-1로 이겨 다소 여유가 있었다. 많은 선수가 잘했지만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보면 박원재의 활약이 좋았다”고 말했다.


▲ 동영상 촬영 : 최배진 동아닷컴 객원기자


▲ 동영상 촬영 : 최배진 동아닷컴 객원기자

성남=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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