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에 있어요. 잠시 후 통화하면 안 될까요.”
데뷔 시즌을 화려하게 마감했지만 느긋하게 즐길 여유는 없는 듯했다.
국내 무대가 좁기라도 한 듯 그의 시선은 어느새 세계를 향해 있었다.
한국 프로골프의 ‘괴물 신인’ 김경태(21·신한은행).
아시아투어 HSBC챔피언스에 출전한 뒤 12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귀국한 그의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처음엔 신인왕이 목표였는데 너무 큰 성과를 거뒀어요.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입니다.”
김경태는 11일 시즌이 끝난 2007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과 함께 상금왕, 공동 다승왕(3승)까지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프로 전향을 앞두고 부담감이 커서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어요. 첫 대회부터 우승해 한결 편한 상태가 되면서 잘 풀렸어요.”
당초 대기 선수 신분이었던 그는 눈부신 성적을 앞세워 KPGA 전 경기 출전 자격을 얻은 뒤 국내 프로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4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시아투어에 출전하느라 시즌 막판 3개 대회에 불참한 것을 감안하면 5억 원 고지에 오를 수도 있었다.
시즌 평균 타수 1위(70.8타), 그린적중률 3위(68.2%), 홀당 평균 퍼트 수 6위(1.8타)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고른 기량으로 15개 대회에서 10차례 톱10에 들었고 예선탈락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김경태는 “아시아투어 경험을 통해 까다로운 코스 세팅과 깊은 러프에 적응해야 될 필요성을 절감했다. 최경주 프로에게 배운 러프에서의 쇼트게임 요령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력을 보강하고, 비거리를 10∼20야드 늘리면서도 정확성을 유지해야 한 단계 더 올라설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13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해 한국 상금왕 자격으로 일본투어(JGTO) 던롭피닉스토너먼트에 출전한 뒤 JGTO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한편 올 시즌 KPGA투어는 김경태와 함께 강경남(24·삼화저축은행)이 ‘가을 사나이’답게 시즌 후반에 몰아치기로 3승을 거둬 지난해 상금왕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 시즌 김경태와 강경남을 앞세운 20대 돌풍은 거세기만 했다. 상금 랭킹 상위 20명 가운데 6명이 20대다. 올 시즌 국내 챔피언 평균 연령은 27.4세.
이런 가운데 박남신(48·테일러메이드)은 6월 금호아시아나오픈에서 통산 20승째를 거둬 ‘노장’의 체면을 세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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