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검은빛이 도는 그라운드 내야는 새하얀 유니폼으로 가득 찼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앞둔 한국야구대표팀의 전지훈련 첫날.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종욱(두산)은 “국내에서보다 더욱 집중력이 생긴다”고 했고 류현진(한화)은 “오늘부터 전력투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훈련은 예정된 오후 1시보다 한 시간쯤 늦게 시작됐다. 운동장을 가장 먼저 뛰어다닌 사람은 선수가 아닌 김기태(요미우리) 타격코치였다. 김 코치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장비를 설치하고 직접 공 박스까지 운반하며 훈련을 준비했다.
김 코치는 국내 프로야구 왼손 타자로는 처음으로 1992년 30홈런 고지를 밟았고 1994년에는 최초의 왼손 홈런왕을 차지했던 거포 출신.
현역에서 은퇴한 김 코치는 이승엽의 요청으로 올해 초 요미우리 육성군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했다. 갈 때는 ‘코치 후보생’격이었지만 타고난 실력과 성실함으로 10월 정식 코치로 승격했다. 대표팀 김경문(두산) 감독은 이런 김 코치에게 타선을 맡겼다. 김 감독은 “김 코치는 1년 내내 일본 선수들을 봐 왔기 때문에 일본 야구에 대해 꿰뚫고 있다. 어지간한 투수들의 볼 배합 정도는 다 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코치로서 큰 책임을 느낀다. 일본은 고교 팀이 4000개가 넘을 정도로 야구판이 크지만 한국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전체적인 수준에서 일본이 아직까지는 한 수 위라고 본다. 특히 수비와 주루 등 기본기가 충실하고 프로 선수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본 활동 경험을 최대한 살려 올림픽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일본 사회인 팀에 지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국내 챔피언 삼성은 코나미컵 아시아 시리즈에서 니혼햄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올해 초부터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한국이 김 코치의 노하우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오키나와=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