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마추어 복싱 국가대표 A 씨는 그동안 복싱 체육관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트레이너로 일했지만 최근 그만두었다. “진로가 막막하다”며 고민하던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대한복싱연맹 관계자는 “방황하는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아마복싱 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는 대학부에 286명, 일반 체육관 소속에 696명이 있다. 전국 15개 시도군청 팀에 68명이 소속돼 있다.
아마복싱선수들의 고민은 극심한 프로복싱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챔피언이 돼도 1년에 몇백만 원 벌기도 힘들다.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이 돼도 대전료가 적고 그나마 프로모터 및 체육관장 등이 툭하면 선수들과 대전료 마찰을 일으켜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요즘 아마복싱 선수들은 웬만해선 프로 전향을 하지 않는다.
아마복싱 선수들은 전국체전 등에서의 성적을 노리는 시도군청 팀에 소속될 경우 1000만∼6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나마 경기를 할 수 있는 30대 초반까지뿐이다. 이후에는 초중고교 코치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월 100여 만을 받는다. 결혼을 해서 가정이라도 꾸릴 때면 이 월급으로는 부족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30대 초반에 복싱이 아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그동안 배운 것이 복싱뿐이라 고전할 수밖에 없다.
정지복 대한아마복싱연맹 전무이사는 “진로의 불확실성이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과거에는 국가의 명예를 높인 메달리스트에 대한 특채 등이 있었지만 요즘은 없다. 이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일자리가 마련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구 축구 농구 등 일부 종목선수가 수억 원의 연봉을 이야기할 때 다른 종목 선수들은 생계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때만 되면 어김없이 금메달 요구의 목소리는 쏟아진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