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스토브리그 선발투수 품귀에 이득보나?

  • 입력 2007년 11월 15일 11시 15분


김병현에게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시즌 후 FA자격을 얻은 김병현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꾸준히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팀을 물색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에 접어드는 그에게 이번 FA 계약은 그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시즌 김병현의 성적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6.08.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시즌 중 팀을 두 번이나 옮기는 불안정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꾸준히 선발로 출전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다행히 최근 스토브리그 상황이 김병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올해 FA시장에 선발투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팀에게나 선발 투수는 우선적으로 영입해야 할 대상이다. 비록 5인 선발로테이션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부상이나 구위 저하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경험 있는 10승 대 선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시즌 후 매물로 나온 거물급 FA는 대부분 타자들. FA 중 확실한 두 자리 승수를 찍어줄 수 있는 선발투수는 서너 명에 불과하다. FA 선발투수 랭킹 1위는 35세의 노장 앤디 패팃. 지난해 양키스에서 15승을 거뒀지만 현재 은퇴 여부로 고심 중이다. 그가 최근 양키스와의 내년 옵션 계약을 포기한 것은 그의 은퇴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패팃을 제외하고 현재 FA 시장에 쓸만한 선발투수로는 카를로스 실바, 리반 에르난데스, 카일 로시가 고작이다. 300승 투수인 탐 글래빈도 FA로 나왔지만 애틀란타 외에는 42살에 몸값까지 비싼 이 좌완투수에 매력을 느낄 팀은 많지 않다. 오죽했으면 몇몇 현지 언론들은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활약한 구로다 히로키를 FA 투수 랭킹 2위에 올려놓고 있을 정도. 구로다가 분명 일본의 수준급 선발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수술 경력으로 구위가 하락했고 지난해 보스턴에 입단한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능가하는 투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랭킹 2위는 올해 FA 투수 시장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김병현도 충분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분위기다. 물론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 신뢰를 잃기도 했지만 김병현은 흔치 않은 언드핸드 투수라는 점과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7월, 위력을 떨쳤던 좌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백도어 슬라이더가 확실히 손에 익는다면 고질적이었던 좌타자에 대한 약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도 높다.

코리언 빅리거 중 같은 선발투수인 박찬호나 서재응에 비한다면 김병현은 이번 FA시장에서 어느 정도 그 값어치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