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 김경문(두산) 감독은 요즘 살이 좀 빠졌을 법하다. 11일 시작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매일 한 시간 넘게 타자들에게 배팅 토스를 해 주기 때문이다. 양손에 부지런히 공 3개씩 주워 들고 “자, 조금만 더 해 보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하지만 타자들은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지켜보던 김기태(요미우리) 타격 코치는 “내가 던질 때는 살살 치더니 감독님 앞에서는 선수들이 있는 힘을 다한다”며 웃는다.
김 감독은 2004년 두산에서 처음 사령탑을 맡은 뒤 올해까지 4년 동안 3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포함해 2번이나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특히 올해는 많은 전문가가 두산을 약체로 꼽았지만 김 감독은 우승팀 SK와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쳤다.
김 감독의 선수 시절은 화려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로 인정받긴 했지만 프로에서 10시즌 동안 활동하며 거둔 성적은 타율 0.220, 6홈런, 126타점. 그의 야구인생에서 국가대표로 뛴 경기는 공주고 3학년 때의 한일 친선대회뿐.
한국 야구는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에서 일본에 지고 대만에도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을 맡은 김 감독은 고려대 3년 후배 선동렬 삼성 감독에게 마운드를, 요미우리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기태 코치에게 타선을 맡겼다.
일본 진출 첫해에 우승 반지를 낀 이병규(주니치)도 15일 합류하면서 대표팀은 예비 엔트리 30명 전원이 훈련을 하고 있다.
“감독이 욕심내면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내가 욕먹으면 된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다.”
태극 마크를 갈망하던 청년은 이제 대표 선수 수십 명의 수장이 됐다. 그리고 국내에서 검증받은 ‘김경문식 야구’를 국제무대 시험대에 올려놓게 됐다.
오키나와=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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