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 드라이버 시장은 과열 양상마저 보였다.
골프용품 업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 주말골퍼를 유혹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반달 모양의 헤드에서 벗어나 삼각, 사각, 육각형 헤드를 지닌 독특한 디자인에 비거리와 방향성을 모두 획기적으로 높여 준다는 제품도 많았다.
미국의 주요 용품업체 최고경영자들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앞 다투어 방한 길에 올라 자사 클럽 홍보에 열을 올리며 타사 흠집 내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판매 경쟁이 워낙 거셌기에 연말을 앞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요즘 용품 업체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드라이버는 테일러메이드의 완승으로 끝난 양상이다.
사각 대신 전통적인 모양을 고수한 ‘버너’와 ‘r7 슈퍼쿼드’가 효자였다.
전국에 29개 골프 숍을 거느린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드라이버 판매량에서 버너는 전체의 12.3%를 차지해 2위에 올랐고 r7 슈퍼쿼드는 11.7%로 3위였다. 1위 역시 테일러메이드의 r5 듀얼인데 이 제품은 2004년 출시 후 올해 이마트를 통해 한정 특판한 것을 감안하면 버너와 r7 슈퍼쿼드가 진정한 올 시즌의 대박 상품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 테일러메이드의 드라이버 ‘삼총사’는 이마트에서 전체 매출의 36.1%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테일레메이드 김영무 상무는 “전년도 대비 드라이버 매출 성장률이 2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서는 나이키 이그나이트와 혼마 420RF가 4, 5위에 올랐다.
반면 ‘탱크’ 최경주를 앞세워 스타 마케팅에 주력했던 나이키의 사각 드라이버 ‘SQ SUMO 스퀘어’는 반짝 관심을 끄는 데 그치며 이마트에서는 전체 매출의 7% 수준에 그쳤다.
나이키 사각 드라이버는 출시 초기 국내에서 회사 보유분 800자루가 1주일 만에 다 팔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점차 매출이 떨어졌다는 것. 클럽의 성능은 괜찮았으나 빈 콜라 캔을 두드리는 것 같은 낯선 타구음이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분석.
골프다이제스트 최신호의 클럽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1만4480명 가운데 29.6%가 테일러메이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타이틀리스트(7.7%), 캘러웨이(5.6%), 클리블랜드(5.6%), 젝시오(5.2%)가 그 뒤를 이었다.
롱 아이언보다 치기 편해 올 한 해 많은 주말골퍼가 선호한 하이브리드 클럽에서도 테일러메이드는 버너 레스큐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괴물 신인’ 김경태와 ‘얼짱 골퍼’ 홍순상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 PT 585 H 유틸리티 우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이언은 캘러웨이 X-20과 미즈노의 MX-25가 이마트에서 판매 순위 상위를 휩쓸었다. 올해 아이언 시장은 단조 제품의 성장이 두드렸다. 5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던 주조와 단조 아이언의 가격 차가 20만 안팎으로 줄어든 데다 치기 어려웠던 단조 아이언에 주조 아이언의 장점을 접목해 한결 편해졌기 때문.
김홍식 캘러웨이 부장은 “단조 신제품인 X-포지드 아이언은 기존의 단조 클럽보다 3배 이상의 판매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최근 실시한 아이언 선호도 조사에서는 미즈노가 200명의 응답자 가운데 39명으로 1위에 올랐고 타이틀리스트가 2위(24명)였으며 캘러웨이와 브리지스톤이 나란히 19명으로 공동 3위. 볼은 타이틀리스트가 여전히 위력을 떨쳤다. 프로 V1 시리즈는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63%의 사용률을 기록했으며 17개 대회에서 10개 대회의 챔피언이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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