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그 감독에 그 선수…심판불신 대물림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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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떨어지면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로 팽팽하게 겨루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그래서 스포츠에서는 경기 규칙을 만들고 심판을 투입한다.

2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내셔널리그(실업축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수원시청 감독과 선수 5명이 퇴장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후반 35분 현대미포조선 선수가 수원시청 페널티지역 내에서 넘어졌고,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수원시청 선수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수원시청 박희완이 거친 항의로 레드카드를 받았고, 이후 선수 4명과 김창겸 감독이 퇴장당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규칙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심판 판정에 항의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정도에 벗어난 항의를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승팀이 K리그로 승격되는데 현대미포조선은 즉시 K리그로 갈 수 있고 수원시청은 2, 3년 더 있어야 승격된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수원시청 선수들이 ‘현대미포조선이 올라가도록 판정할 거야’라는 피해의식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우승을 하고도 K리그 승격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심판 판정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패하면 심판 탓’을 하는 지도자들에게 선수들이 배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설사 오심을 했더라도 심판 판정에 따르는 게 선수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김병준(스포츠심리학) 인하대 교수도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 탓이다. 지도자가 늘 심판을 경시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 대기 심판에게 욕설을 퍼부어 퇴장당했다. 그 선생에 그 제자였던 셈이다.

김 교수는 “엄정하게 판정하려는 심판과 그 기준을 못 따라오는 지도자와 선수들이 있기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성적지상주의를 탈피할 시스템을 갖추고 지도자와 선수들에 대한 심판 판정 기준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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