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6일 “메이저리그 출신 제리 로이스터(55)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과 연봉 25만 달러씩 총 75만 달러(약 7억 원).
롯데는 2000년 매직리그 2위에 오른 뒤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도 7위에 머물렀다. 프로야구 첫 용병 감독이 수렁에 빠진 ‘롯데호’를 구할 수 있을까.
○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 롯데 업그레이드시킬까?
로이스터 감독은 1973년부터 16년간 메이저리그 선수로 활동하며 통산 1000안타 이상(1049안타)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밀워키와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 감독을 지내는 등 지도자 경험도 풍부하다.
선수 시절 1976년부터 5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준족이었던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에서도 기동력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타율 0.270으로 2위였지만 도루는 67개(6위)로 ‘뛰는 야구’에는 약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26일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팀을 당장 상위권에 올려놓기는 어렵지만 기본을 다져 멋있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출국한 뒤 내년 초 미국 코치진 영입과 해외 전지훈련 등 본격적인 팀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 ‘롯데=감독의 무덤’ 불명예 벗을까?
롯데는 지난달 15일 강병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뒤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직접 해외파 감독 영입에 나섰다.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한 것은 ‘야구 열기가 뜨거운 부산 팬을 더는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반면 롯데는 26년간 13명의 감독이 거쳐 갔다.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이 가운데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중도 퇴진한 경우가 6번이나 된다.
롯데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감독을 바꾸기도 했다. 성기영 감독은 1987년 롯데를 3위에 올려놓았으나 10월 말 어우홍 감독으로 교체됐다. 양상문 감독도 2005년 하위권에 처져 있던 롯데를 5위로 끌어올렸으나 이듬해 강병철 감독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롯데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허구연 MBC-ESPN 해설위원은 “로이스터 감독이 늦게 부임해 내년 시즌은 국내 프로야구를 탐색하는 기간이 될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은 야구 스타일과 선수, 관습이 모두 달라 용병 감독에 대한 평가는 2009년 시즌이 돼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롯데 신임 감독 제리 로이스터
빅리그서 16년 선수생활… 2002년 밀워키 감독 때 53승 94패
롯데 제리 로이스터 신임 감독은 선수로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뛰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첫해 10경기에 나가 타율 0.211에 그쳤지만 애틀랜타로 이적한 1976년 149경기에서 타율 0.248에 5홈런, 45타점, 24도루를 기록하며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했다. 이후 샌디에이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양키스를 거쳐 1988년 애틀랜타에서 은퇴할 때까지 1428경기에 나가 통산 타율 0.249에 40홈런, 352타점을 기록했다. 주로 3루수 등 내야수로 활약했지만 외야수로도 100경기 넘게 출장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영입에는 롯데와 ‘형제 구단’인 일본 롯데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스터 감독이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두 살 위인 밸런타인 감독은 주전 내야수였다. 밸런타인 감독이 1985년부터 텍사스 사령탑을 맡은 데 비해 로이스터 감독은 1999년에 와서야 몬트리올 마이너리그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2년 밀워키에선 데이비 로페스 감독이 16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자 벤치 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승격했지만 워낙 팀이 약체였던 탓에 53승 94패(승률 0.361)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이후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유망주들을 키워 왔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의 인기 구단 감독을 맡게 돼 기쁘다. 롯데가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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