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중에서 열리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및 제 24회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상대에 혼란을 주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선발투수 연막작전'이 점입가경이다.
선발 예고제가 없는 이번 대회에서 각 팀들은 경기 당일 선발을 발표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전혀 예상 밖의 카드를 내놓아 상대 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대만전 선발로 류현진을 내보낸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대만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도 대만과의 경기 선발 후보로 박찬호와 류제국, 전병호 등 3명만을 지목했다. 자연히 류현진은 일본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대만전에 류현진을 전격적으로 선발로 내며 대만의 뒤통수를 쳤다. 경기 당일 아침 신문에 '박찬호 선발 유력'이라는 기사를 냈던 대만 언론들은 본의 아니게 오보를 낸 셈이다.
류현진이 대만전에 투입되자 놀란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한국전에 류현진이 나올 것으로 짐작했던 일본의 호시노 감독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도 두 팀은 선발투수 발표를 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당초 호시노 감독은 다르비슈 유를 한국전 선발로 투입할 것 처럼 언론에 흘렸으나 경기 전날, 좌완 나루세 요시히사를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일본은 한국과의 경기 개시 30분전까지 나루세 선발 발표를 미뤄 한국 코칭스텝의 애간장을 태웠다.
한국도 이에 지지 않았다. 일본전을 앞두고 류제국을 선발로 내정했으나 역시 경기 시작 직전 선동렬 투수코치는 한국 기자들에게 "전병호가 선발로 나온다."고 밝혔다. 이미 대회 조직위 측에서 류제국을 선발로 오더지를 작성했으나 그 뒤에 전격적으로 투수를 교체한 것이다. 경기 개시 10분전까지 라인업 교체가 가능하다는 대회 규정을 이용해 연막작전을 편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경기 전부터 선발 투수 발표를 놓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대만(타이중)=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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