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김요한 파문과 ‘묻지마 드래프트’의 숙제

사람들은 가끔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말을 한다. 다른 시대였다면 같은 실력에도 훨씬 더 좋은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었을 것이란 하소연이다. 남자배구의 떠오르는 ‘얼짱 스타’ 김요한(22·인하대)이 요즘 이런 심정일 것이다.

김요한은 프로배구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의 경우 계약금 없이 7000만∼1억 원의 연봉 계약만을 하도록 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에 따를 수 없다며 최근 드래프트를 거부했다. 하지만 KOVO는 대학 4학년은 무조건 드래프트 대상이라며 김요한이 한국 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한 사이 드래프트를 강행했다. 그 결과 김요한은 종합 1순위로 LIG손해보험에 뽑혔다. 그러나 김요한은 “LIG손해보험에 가지 않겠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김요한의 해외 진출은 문제될 게 없다. 다만 국내에서 5년간 뛸 수 없다.

김요한의 측근에 따르면 김요한도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에서 뛰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돈이 문제다. 김요한은 자신의 실력이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데 KOVO 규정에 따라 ‘형편없는 몸값에 팔려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 드래프트 규정은 ‘이경수(LIG손해보험) 파문’ 때문에 생겼다. 2001년 당시 한양대 4학년이던 이경수가 드래프트 참가를 거부한 뒤 다음해 10억 원이 훨씬 넘는 몸값을 받고 당시 LG화재에 입단했다. KOVO는 프로배구 출범 당시 유사 사건을 막고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엄격한 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KOVO가 주장하듯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선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배구에 인생을 건 유망주가 자신의 실력에 맞는 보상을 원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프로 세계에서는 ‘실력=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돼야 한다. 불과 몇 년을 사이로 누구는 10억 원을 넘게 받고 누구는 1억 원도 못 받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프로배구가 명실상부한 ‘프로’이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2의 김요한’이 또 나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