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형처럼 프리미어리거 될래요”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소속 박지성 선수(앞줄 가운데)가 3일(현지 시간) 트래퍼드에 있는 맨유 연습경기장에서 맨유 경기를 보러 온 한국 초등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AIG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소속 박지성 선수(앞줄 가운데)가 3일(현지 시간) 트래퍼드에 있는 맨유 연습경기장에서 맨유 경기를 보러 온 한국 초등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AIG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뤘어요.”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홈구장(올드트래퍼드)의 잔디를 밟은 초등학교 5학년 정우진(가명·11) 군.

정 군은 이날 맨유와 풀럼의 경기 전반전이 끝난 뒤 한국에서 함께 온 초등학생 10명과 7만여 명의 관중 앞에서 시축을 했다.

정 군은 “박지성 형이 속한 유럽 최강팀의 경기장에서 공을 찰 수 있어 기뻤다”며 “훌륭한 축구 선수가 돼 올드트래퍼드로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 군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마음이 위축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 군의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1억여 원의 빚을 지고 잠적했고 어머니는 2004년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다.

할아버지, 여동생과 함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 군은 정부로부터 월 60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다. 할아버지는 지병인 당뇨병이 최근 합병증으로 도져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러나 정 군은 올해 초 한 복지단체의 소개로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어린이 축구 동아리(월드비전 고양FC)에 가입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감춰 뒀던 축구 실력이 드러나면서 친구들까지 주변에 몰렸다.

월드비전 이은희 간사는 “축구를 통해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평소 생활에서도 자신감과 책임감을 갖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인 AIG와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은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 정읍시 등에서 모인 저소득층 어린이 11명에게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직접 볼 기회를 마련해 줬다.

맨유의 훈련구장을 찾아 박지성 선수에게서 축구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주선했다.

박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인 김대희(삼성) 선수가 내겐 우상이었다”며 “어린이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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