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연말은 경마가 달군다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5만1000여 명이 일제히 고함을 치는 가운데 명마들의 각축이 벌어졌다.

9일 홍콩 샤틴 경마장.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월드컵’, 미국의 ‘브리더스컵’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마대회로 꼽히는 ‘캐세이 패시픽 항공배 2007 홍콩 국제경마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아랍에미리트 왕족이 돌보고 있는 ‘라몬티’가 2000m 우승을 차지했다. 라몬티는 올해 최고 수준(G1) 경마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총 73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이 대회는 연말을 장식하는 경마축제. 이 대회를 전후로 크고 작은 대회와 국제 경주마 경매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홍콩은 경마 열기로 달아올랐다.

8일 열린 홍콩 국제 경주마 경매에서는 홍콩의 부동산 사업가 로체욱 씨가 호주 챔피언 출신의 피를 받은 두 살짜리 거세마를 약 8억4000만 원에 구입하며 이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 평균가는 5억1800만 원. 이는 지난해보다 2.9% 상승한 것이다. 국내산 경주마의 경매 최고가는 9600만 원이었고 평균 5000만 원 정도다.

홍콩 경마를 주최하는 홍콩 자키 클럽은 “경마 팬들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말을 도입하고 국제대회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홍콩 경마 팬들을 끌어들여 한 해 매출액이 12조 원에 육박한다. 한국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이 100∼10만 원의 베팅만 허용하는 반면에 홍콩은 1인당 최소 10홍콩달러(약 1179원) 이상 하도록 하고 있다. 상한액은 없다. 대신 경마장 관계자는 “집을 잃을 수도 있다”며 웃었다. 무리한 베팅에 대한 경고는 한국이나 홍콩이나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홍콩에서의 경마는 한국과는 다르다. 현장을 찾은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먼저 경마문화가 한국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주부는 “아이들을 데리고도 경마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경마가 생활 속에 자리 잡았기에 경마장을 찾는 것이 거리낄 게 없다. 이 점이 가장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사행성 논란이 여전하다.

홍콩 경마는 160년 역사를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국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가능할까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는 한국 경마 관계자와 팬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다.

홍콩=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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