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메카 부산, ‘보스턴의 영광’을 꿈꾼다

  • 입력 2007년 12월 11일 15시 11분


미국 프로스포츠에 ‘보스턴 열풍’이 거세다. 보스턴을 프랜차이즈로 두고 있는 프로팀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리그 우승을 휩쓸며 뉴욕과 LA팀들을 잇따라 무너뜨리고 있다.

NFL에서는 ‘21세기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거침 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가 이끌고 있는 패트리어츠는 38, 39회 슈퍼볼 우승을 차지하는 등 2000년대 들어서만 3번이나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패트리어츠는 이번 시즌에도 무패행진(13승 0패)을 기록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레드삭스가 보스턴을 광란에 빠뜨렸다. ‘밤비노’ 베이브 루쓰를 양키스로 내보낸 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레드삭스는 2004시즌 ‘86년 한풀이’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7시즌에도 강호들을 잇따라 제압하고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패트리어츠와 레드삭스의 우승에 자극을 받은 NBA팀 셀틱스도 우승트로피 안기에 나섰다. 1980년대 래리 버드를 앞세워 전성기를 누렸던 셀틱스는 21년 무관의 설움을 날리기 위해 오프 시즌 동안 레이 앨런과 케빈 가넷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기존 멤버인 폴 피어스와 ‘빅 3’를 형성해 셀틱스를 리그 최강의 전력으로 만들었다. 19경기를 치른 현재 셀틱스의 성적은 17승 2패 승률 0.895로 전체 1위. 우승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탄탄한 전력이다.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제패에 이어 패트리어츠와 셀틱스까지 정상등극에 성공한다면 보스턴은 단일 시즌에 미국 3대 프로스포츠를 모두 쓸어 담는 도시가 된다.

이 같은 보스턴 프랜차이즈팀들의 최근 상승세는 적극적인 선수 영입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트리어츠는 런닝백 코리 딜런, 와이드리시버 랜드 모스 같은 스타들이 가세하면서 공격력이 강화됐다. 레드삭스도 커트 쉴링, 조쉬 베켓 같은 특급투수들을 영입해 약점이었던 마운드를 보완했다. 셀틱스 역시 앨런과 가넷의 영입으로 피어스에게 의존했던 단조로운 공격패턴에서 탈피했다.

과감한 선수영입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만큼 보스턴의 투자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도 보스턴과 같은 프로스포츠의 중심이 되기를 꿈꾸고 있는 도시가 있다. 부산이 그 곳. 부산은 3만 관중석을 가득 메울 수 있는 열정적인 팬들이 가장 많은 도시이며 인구도 서울 다음으로 많아 스포츠메카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문제점은 프로팀들의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것. 부산을 대표하는 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오랫동안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도 감독만 교체되고 있을 뿐 상위권 도약이 쉽지 않다. 농구팀 KTF만 지난 시즌 파이널에 진출하는 등 힘겹게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부산이 대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보스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변화의 움직임이 선수영입이 아닌 감독교체에서 시작됐다는 점. 사령탑의 교체와 함께 기존의 틀을 뜯어 고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롯데는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선진야구가 롯데의 4강진출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 롯데 프론트의 의도. 하지만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감독의 능력만으로 롯데팬들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도 젊은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부산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였던 황선홍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스타감독시대를 열게 됐다. 하지만 황 감독의 경우 프로팀 감독을 맡은 적이 없어 적응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감독이 교체되면서 변화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 한국의 경우 미국 프로스포츠보다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감독교체가 지금보다 나은 성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다.

그렇지만 부산이 보스턴과 같은 미국 프로스포츠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스타급 선수영입이 필요해 보인다.

기존 전력에 새로운 지도자와 스타 플레이어의 능력이 더해지고,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함께 한다면 부산은 보스턴의 2007-2008년보다 뜨거운 스포츠열기로 뒤덮일 것이다.

[사진설명=부산의 스포츠 중흥을 이끌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왼쪽)과 황선홍 아이파크 감독. 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포츠동아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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