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42명 가운데 41위. 그러나 입단 첫해인 1994년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고 타율 0.318을 기록한 그는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팀은 우승했다. LG 서용빈(36) 얘기다.
지난해 9월 은퇴한 그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10개월간의 코치 연수를 마치고 지난달 한국에 돌아왔다. ‘제2의 야구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12일 만났다.
○ 프로에서 13년, 후회가 많다.
“사실 (병역 비리 파문이 터진) 1998년 이후로는 마음 놓고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없었어요.”
데뷔 이후 4년간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그는 병역 비리 파문에 이어 군 입대를 겪으며 날개가 꺾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배우 유혜정 씨와의 이혼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다. 그는 “사실 성적에 비해 팬들의 인기와 관심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복귀해 재기를 노렸지만 예전의 날카로운 스윙은 되찾지 못했다.
“저는 천재라기보다는 노력파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주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어요.” 그는 “양준혁(삼성) 선배가 참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아쉬움은 여전하다. “딱 1년만 더 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웃었다.
○ 일본에서 10개월, 미래를 꿈꾸다.
“일본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야구도 배웠지만 인생도 배웠어요. 돌이켜 보니 제 자신에게 실망도 많았죠. 하지만 지도자라는 새 목표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요즘 바쁘다. 연수 기간 배운 것을 자료로 정리해 구단에 브리핑을 해야 한다. 내년 한 해는 LG의 전력분석관 및 스카우트 등으로 일한다. 이후 정식 코치 계약이 있을 예정.
“논리적으로 선수들을 이해시켜 행동을 이끌어 내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그는 “그렇게 생각하니 할 게 너무 많다”면서 “물리학, 심리학, 생리학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원한 LG맨’인 서용빈은 팀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면서 “나도 부족했지만 솔직히 지금 LG 선수들에게서도 열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서용빈은 자가용을 팔고 요즘은 걷거나 택시를 탄다. 체중도 4kg이 빠졌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젠 지도자로 성공해야죠.”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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