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쇼크’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01분


美의회 ‘미첼보고서’ 금지약물 복용 전현직 선수 89명 공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해 온 스타급 전현직 선수들이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조지 미첼 전 민주당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첼위원회는 14일 311쪽 분량의 ‘미첼보고서’를 공개하고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 소속 선수들에게서 금지약물 복용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는 이미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리 본즈를 포함해 7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로켓맨’ 로저 클레먼스, 미겔 테하다, 앤디 페티트, 마크 맥과이어, 호세 기옌 등 모든 포지션에 걸쳐 올스타급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프로야구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족 스포츠. 이 때문에 이날 NBC, ABC, CBS 등 미국 주요 네트워크방송사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톱기사로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도 인터넷판부터 일제히 톱기사로 보도했다.

미첼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30일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게서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 성장호르몬(HGH) 등 금지약물의 복용 실태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20개월간 조사해 왔다.

이번 보고서에서 언급된 메이저리그 선수는 모두 89명. 클레먼스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페티트는 뉴욕 양키스의 체력담당 트레이너인 브라이언 맥나미가 건네준 약물을 복용했으며, 에릭 가니에와 폴 로두카도 성장호르몬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레먼스는 이 보고서에서 9쪽에 걸쳐 82차례나 이름이 언급됐다. 그는 1998년 말부터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으며, 맥나미에게 “효과가 정말 좋다”고 말한 내용도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페티트는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던 2002년 하순부터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첼위원회는 맥나미와 뉴욕 메츠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선수들에게 약물을 공급한 혐의로 기소된 커크 라돔스키 등에게서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인적 정보를 수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첼보고서는 금지약물 복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무국, 선수 노조의 자기 식구 감싸기가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외부 기관에 의한 도핑 테스트 정례화 △금지약물 구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사권 발동 △선수들에 대한 금지약물 복용의 폐해 교육 등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서 거론된 선수들이 어떤 제재를 받을지는 아직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마크 맥과이어가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로 올해 ‘명예의 전당’ 가입이 무산됐듯이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클레먼스를 포함해 이름이 거론된 선수들은 대부분 보고서가 발표된 뒤 과거 본즈가 그랬듯이 “절대로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 전체적인 여론은 보고서 내용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 더구나 이번 조사를 주도한 미첼 전 의원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존경을 받아 온 인물이다. 미 의회는 조만간 관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사건의 파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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